亞 치명적 조류독감 변종 확산 우려

중앙일보

입력

인체에 치명적인 조류독감 변종이 태국과 베트남에서 다시 발생, 올해 초 아시아 전역을 휩쓸었던 조류독감 위기가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치명적인 변종 조류독감인 H5N1 바이러스가 중국 남부지역으로부터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방역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태국 농업부는 13일 앙통, 수판부리, 나콘사완 등 3개 주(州)에서 위험한 H5N1 바이러스를 추가로 확인했으며, 수도 방콕 주변의 한 농장에서 키우는 오리들에서도 H5N1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조류독감 감염지는 아유타야, 파툼타니, 우타라딧, 수코타이 등을 합해 전체 76개 주 중 7개주로 늘어났다.

유콘 림램통 축산청장은 조류독감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이미 감염지역의 닭과 오리 1만4천800마리 이상을 살처분했으며, 전국 농장의 가금류에 대해 혈액검사를 지시했다.

또한 베트남 정부도 이날 조류독감이 새로 발생했다고 확인했다. 베트남 농업부는 남부 호치민시 수의학 당국이 새로운 H5N1 바이러스 발생 사실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베트남 관영 신문 사이공 기아이 퐁은 지난 4월 이래 베트남 남부 7개주, 14개 지역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베트남에서 그 동안 닭 2만2천여마리, 오리 169마리, 메추라기 1만3천마리가 살처분됐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도 지난 6일 동부 안후이(安徽)성에서 발견된 닭이 조류독감에 감염돼 폐사됐다고 확인했으며, 말레이시아 보건부도 12일 북부지방 중학생 25명이 발열 등 조류독감 유사증세를 보여 격리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예비검사 결과 조류독감보다 훨씬 정도가 약한 뉴캐슬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아시아 각국에서 가금류의 조류독감 감염 사례가 잇따라 보고됨에 따라 전문가들은 가금류가 아닌 사람이 조류독감에 감염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조류독감이 상시 발생하는 질병이 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조류독감 사태로 아시아 각국에서 수십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으며 베트남과 태국에서는 인간에게 전염돼 각각 16명, 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

문제의 H5N1 바이러스는 아직 인간대 인간 감염 사례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다른 조류 바이러스와 유전자 교환을 통해 새로운 변종이 출현할 경우 인간 혹은 포유동물 사이에서도 전염될 수 있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H5N1 바이러스는 인간 이외의 다른 동물, 특히 조류에 나타나는 독감 바이러스 가운데 하나로 닭의 경우 치사율이 90%에 달한다.

모든 독감 바이러스는 두 종류의 단백질 즉 헤마그글루티닌(Hemagglutinin)과 뉴라미니다제(Neuraminidase)를 가지고 있으며 헤마그글루티닌은 15가지, 뉴라미니 다제는 9가지 형태가 있다. 따라서 독감의 이름은 이 두가지 단백질의 머리글자인 H 와 N에 두 단백질의 형태가 몇 번째인지를 나타내는 아라비아 숫자를 붙여 표시하게 된다.

1997년 홍콩에 나타난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사람이 18명 감염돼 6명이 사망하기 전까지는 동물의 독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는다고 바이러스 학자들은 믿었다.

H5N1이 지금처럼 아시아 여러 나라에 번져가고 있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얼 마나 확산될지는 알 수 없다. 시급한 일은 무엇보다 H5N1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조류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방콕.하노이 AP.AFP.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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