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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출산율 0.84명…10년간 200조 썼는데 인구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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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 줄며 사상 처음으로 인구가 자연감소했다. 정부가 저출생 대응 예산으로 지난 10년 동안 200조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한 출산율 0명대 국가로, 다른 국가와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OECD 평균 1.63명의 절반 수준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 첫 추월 #1인당 국가채무 2060년 1억 예상

사상첫인구감소.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사상첫인구감소.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출생·사망 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는 27만2400명으로 1년 전보다 10%(3만300명) 감소했다. 반대로 사망자는 30만5100명으로 전년 대비 3.4%(1만 명) 증가했다. 태어나는 아이는 줄고, 사망하는 사람은 늘면서 지난해 한국 인구는 3만3000명 자연감소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0.98명) 처음으로 0명대에 진입한 뒤 2019년(0.94명), 2020년(0.84명)에 걸쳐 계속 감소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꼴찌다. OECD 평균은 1.63명(2018년 기준)이다. 한국을 제외하고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인 스페인(1.26명)과도 격차가 있다. 앞서 통계청은 한국에 사는 내국인과 외국인 총인구가 2028년 5194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2029년부터 서서히 감소해 2067년에는 3929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국인 인구는 이미 자연감소를 시작했다.

시도별인구증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시도별인구증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사망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앞으로 인구가 더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인구 1000명당 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조(粗)사망률은 지난해 5.9명으로 1987년 이후 3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확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구 자연감소 시계가 빨라질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결혼·임신 유예로 내년 합계출산율이 통계청의 비관 시나리오인 0.72명 수준을 밑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가채무는 계속 늘어나는데 인구가 줄면서 개인이 짊어져야 할 나랏빚 부담도 커진다. 기획재정부의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1600만원 수준이었던 1인당 국가채무는 2060년 1억1400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감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전반적인 경제성장을 위축시킨다는 점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한은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6~2035년 0.4%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생 문제는 결국 여성·청년·고령자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고용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이들이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제대로 일할 수 없는 기존의 고용시장 구조를 깨고 생산성을 높이면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경제 위기를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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