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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9년전 '노크 귀순' 그곳, 이번엔 '헤엄 귀순'에 뚫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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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6일 새벽 탈북 남성이 강원도 고성군 육군 22사단 지역의 민통선 안에서 군에 붙잡혔다. 사진은 육군 초등조치부대원이 해안에서 수색·경계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육군]

16일 새벽 탈북 남성이 강원도 고성군 육군 22사단 지역의 민통선 안에서 군에 붙잡혔다. 사진은 육군 초등조치부대원이 해안에서 수색·경계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육군]

16일 새벽 북한 남성이 동해 최북단 해변으로 헤엄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남성은 군의 경계망을 뚫고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안까지 들어온 뒤에야 군에 붙잡혔다. 해당 지역은 지난 2012년 북한군 병사가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혔던 이른바 '노크 귀순'이 발생했던 곳이다. 또 지난해 11월엔 북한 남성이 기계체조 선수처럼 철책을 뛰어넘어 민통선 지역에서 14시간 만에야 신병을 확보했다.

"헤엄쳐 상륙한 뒤, 철책 따라 남하" #16일 새벽에 검문소 CCTV에 포착 #군 관계자 "최근 북한서 탈영병 늘어"

이날 오후까지 군 당국은 북한 남성의 신원 및 탈북 경위를 함구하고 있지만,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이 남성은 북한에서 수영으로 월남했다. 한 소식통은 "탈북 남성은 헤엄쳐 해안에 상륙한 뒤, 해안 철책을 따라 남하하다가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와 평화의 길 인근 검문소에서 적발됐다"고 말했다.

북한 남성은 이날 오전 4시 20분쯤 강원도 고성군 육군 22사단 지역의 민통선 내 검문소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처음 포착됐다. 당시 남성은 북에서 남쪽으로 이동 중이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놓고 일각에선 군이 경계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지적된다. 해당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전직 군 관계자는 "만일 해상으로 왔다면 부유물 등을 끌어안고 왔을 가능성이 크다"며 "일출 전 정밀 수색으로 해안 침투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군, 동해 민통선서 북한 남성 검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군, 동해 민통선서 북한 남성 검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날 북한 남성이 출현하자 해당 지역에는 대침투 경계령인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기도 했다. 22사단은 물론 인근 부대까지 전투배치가 이뤄졌다. 군은 이달 말까지 열리고 있는 북한군의 겨울 훈련과 연관 있는 도발 또는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감안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이 남성은 20대 초반으로 검거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밝혔다. 다만 합참은 "(탈북 남성의) 남하 과정 및 귀순 여부 등 세부사항에 대해선 관계 기관과 공조 아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합참 관계자는 "합참과 육군 지상작전사령부가 해상으로 왔을 가능성을 포함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지난해에도 탈북민이 군의 경계망을 피해 배수로를 통해 월북하고, 강원도 동부전선에서 북한 주민이 철책을 넘어 월남하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따가운 질책을 받았다.

군 당국이 이날 오후까지 탈북 남성의 구체적인 신원을 함구한 가운데 일각에선 연령대 등을 고려해 탈영병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군 관계자는 "군 당국이 지난달 초부터 설 연휴 전까지 북한 지역에서 탈영병이 대거 발생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이후 전방부대의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상 매년 북한군이 동계훈련을 하던 중 탈영병이 늘어난다"며 "이번의 경우 1월에 각종 정치행사가 가중돼 탈영이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철재·김상진·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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