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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버들강아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버들강아지 눈 떴다/ 봄 아가씨 오신다./ 연지 찍고 곤지 찍고/ 봄 아가씨 오신다./ 봄 아가씨는 멋쟁이/ 머리에다 꽃 꽂고/ 덩실덩실 춤추며/ 나비 등에 업혀 온다.’(동요 ‘봄 아가씨’)

추운 날이 많았던 겨울이지만 입춘과 설을 지나면서 조금씩 봄기운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봄의 전령 버들강아지가 어느덧 물가에서 피어나 봄을 알리고 있다. 위의 동요에서처럼 봄 아가씨 덩실덩실 춤추듯 솜털을 하늘거리며 부드럽게 다가와 봄을 속삭인다.

버들강아지를 얘기할 때면 궁금한 사항이 하나 있다. 왜 ‘강아지’라는 말이 들어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중세에는 ‘버듨가야지’(버들+ㅅ+가야지), ‘버듨개야지’(버들+ㅅ+개야지)란 표기가 사용됐다고 한다(16세기 『두시언해』). ‘버듨개야지’는 발음을 편리하게 하다 보니 ‘야’가 탈락하면서 더욱 간결한 표현인 ‘버들개지’로 변해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버들강아지’는 ‘가야지’와 ‘강아지’의 발음이 비슷한 데서 유래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버들개지의 솜털처럼 보드라운 털이 강아지의 그것을 닮았다고 해서 ‘버들강아지’란 이름이 붙은 것으로 유추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일부 지방에서 ‘개지’가 ‘강아지’의 사투리로 쓰인다는 점과 연관이 있다고 보는 이도 있다.

그렇다면 ‘버들개지’와 ‘버들강아지’는 어느 것이 맞는 말일까? 둘 다 표준어, 즉 복수표준어다. 둘의 차이를 굳이 따진다면 ‘버들개지’는 옛날부터 오랫동안 써온 말이고, ‘버들강아지’는 비교적 근래에 생겨난 말로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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