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의 극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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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율 급등이 이유

이혼율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세계 3위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 생각됩니다.
첫째,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라 삶의 질이 강조되고 개인의 욕구에 변화가 온 것,
둘째, 과거의 전통적 가치관을 다양한 개인적 가치관이 대신하고 있는 현상,
세째, 여성의 경제력 향상으로 더 이상 고통을 참고 살 필요가 없게 된 점
넷째, 여성은 선진국 형 가정에서의 정서적 교류를 기대하는 반면 남성은 여전히 산업사회에 속해 있는 현상,
다섯째, 형제자매의 수가 줄어들어 성장과정에서 싸움과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을 습득할 기회가 감소됨으로써 개인의 갈등 조정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
여섯째,핵가족이 되면서 정서적 지지를 전적으로 배우자에게 의존하게 되어 서로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들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여성의 경제력이 향상되어 남성 의존적인 여성이 줄어든 것과 사회의 급변함에 따라 여성과 남성의 욕구의 차이가 너무 커졌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사회 경제발전에 따라 여성들의 사회적 욕구는 늘었지만 남성들은 여전히 산업사회의 가치관하에 놓여 있습니다. 여성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정에서 남편들과의 정서적 교류를 더 원하는 반면 남성들은 아직도 직장과 사회에 묶여 있다는 말입니다.

자연히 갈등은 늘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갈등의 소지는 늘어나는데 이런 갈등을 해소하고 원활한 가정 생활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부부간 의사소통 기술은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배운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들이 그러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보고 자란 사람이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 부부갈등의 조정 가능성

이와 같은 이혼율의 급등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조정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하겠읍니다. 또 조정의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이혼하는 부부들을 살펴보면 흔히 예상하듯이 한 쪽에 심각한 정신적 결함이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고 부부 각자는 정상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즉 정상적인 부부의 이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입니다.이런 부부들간의 갈등은 약간의 조정을 통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입니다.

남녀간의 정상적인 차이로 인한 갈등을 두고 마치 상대에게 큰 문제가 있는 듯이 판단한 나머지 갈등의 해결을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즉 당연한 차이를 큰 문제로 인식,문제를 확대시키는 경우라 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부부간의 정상적인 차이에 대한 교육을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읍니다.

또한 모두에 말씀드린 대로 현대의 부부는 욕구가 늘어난 반면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서로의 욕구가 충돌할 때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떨어져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고 갈등을 다루는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갈등의 극복이 가능합니다.

결론적으로 비록 이혼율이 급등하고는 있으나, 적극적인 조정과 교육, 기술의 습득 등이 이루어진 남녀 부부간의 갈등을 조정,극복함을써 이러한 이혼율의 급등을 저지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갈등은 발전을 위한 과정이다

부부사이에는 당연히 갈등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부부들 중 많은 사람들은 부부사이에 갈등이 있으면 안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갈등 자체를 두려워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두 사람 중 상대적으로 마음이 약한 쪽에서 상대에 대한 요구를 포기하는 삶을 삽니다. 그러나 이러한 포기는 오래 갈 수가 없습니다. 드라마에 비춰진 부부나 이웃의 부부들이 그렇게 살지 않는 다는 것을 너무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억압된 불만은 언젠가는 화와 분노로 표출될 수 밖에 없읍니다.

최근에 늘어난 형태의 이혼이 잘지내던 배우자가 어느날 느닷없이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명백히 지나치게 자기 욕구를 억제 한쪽에서 제기하는 형태에 속합니다. 부부란 갈등이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전혀 다른 문화권과 가치체계를 갖고 있으면서 갈등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두 부부 모두에게 이익이 됩니다.

남녀란 초기 만나는 과정에서는 만나는 일이 중요하기에 나의 욕구보다는 둘의 욕구를 중요시합니다. 그러나 일단 둘이 결합이 되면 둘이 하나가 되었지만 '나'중심의 둘을 주장하게 됩니다. 이러면서 충돌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두 문화권의 충돌은 갈등을 야기시키지만 동시에 발전도 있게 됩니다. 여기서 발전이란 두 사람사이에 난 자녀의 생존경쟁력입니다. 즉, 성격이나 가치관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충돌은 크지만 충돌 후 화합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사회 적응능력이 훨씬 강해진다는 것입니다. 자손 뿐아니라 두 부부도 함께 세상을 향해 나갈 힘이 증대하게 됩니다.

◇ 부부간의 차이의 근원과 해결방안

(1)남녀의 차이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는 생물학적 의학적 연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남녀평등을 해치지 않나하는 우려의 소리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차이가 우열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남성적 뇌와 여성적 뇌는 다르다고 말을 합니다. 대략 70%의 남성이 남성적 뇌, 30%는 여성적 뇌를 가졌다고 합니다. 여성은 이와 반대입니다. 남성적 뇌는 공간지각력이 높은 반면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에는 약합니다. 이러한 남녀 간의 차이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남성들의 언어는 목적 지향적입니다. 토론을 하고 그 결과를 유추하는데 유리합니다. 반면 여성의 뇌는 정서교류를 하는데 능합니다. 목적을 위한 언어보다는 상대를 관찰하고 상대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능합니다. 이러한 차이가 남편과 아내 사이의 갈등을 야기시킵니다. 남편들은 아내의 말에 집중하다가 곧 지치고 짜증을 냅니다. 반면 아내들은 남편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한 의사소통을 원하지만 남편들이 집에 와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불만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남녀 차이로 인식하면 갈등은 풀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애정이 없어서 아무 말이 없는거야'라는 식으로 인식하든가, 말을 안하는 것을 자신을 괴롭히기 위한 공격으로 인식한다면 문제는 교정되기 어렵습니다.

(2)성장과정과 연관된 성격의 차이

이러한 보편적인 남녀차이에 의한 갈등도 존재하지만, 성장과정 중에 형성된 성격 구조가 부부간에 서로 다름으로 인해서도 갈등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부부간의 성격차이의 예로는, 강박적 성격과 털털한 성격, 도덕적인 사람과 융통성 있는 사람, 사고형 인간과 정서형 인간, 활력이 있는 사람과 활력이 적은 사람, 안전형 인간과 도전적 인간 등이 있습니다.

이중에서 강박적 성격과 털털한 성격의 부부를 예로 들어 성격차이에 의한 갈등과 그 해결방법을 설명해보겠습니다.

강박적인 부인이 있습니다. 빈틈없고 정확한 성격으로 집안엔 먼지 하나 없고 아이들도 모범생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남편은 털털한 성격으로 따른 사람들도 많고 호인으로 소문나 있으며 사람이 너무 좋다보니 손해보는 일이 흔합니다. 부인은 이런 남편이 못마땅한 나머지 "술을 끊어라", "계획적으로 살아라","영어학원에라도 나가라"며 잔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부인은 남편의 발전을 위해서 하는 잔소리라고는 하지만 역효과를 낼 뿐입니다. 이런 경우 부인은 남편의 관대함과 융통성이 생활에 여유를 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남편에게 너무 완벽해지기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친밀감과 공격성

결혼을 한다는 것은 '나'이외의 누군가와 같이 사는데,그것도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살아가야 합니다. 친밀하게 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남성들은 여성들에 비해 일반적으로 나 이외의 타인을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져 있습니다. 여성들은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보통 남성들에 비해 배려나 공감능력이 뛰어나며, 이러한 배려와 공감이 일정하게 지속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남성들은 일시적인 상태에서는 배우자나 자녀에게 제한없는 허용성이나 관대함을 보일 수 있으나, 이러한 상태를 지속시키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친밀감을 가지는 능력을 잘 발달시켜가고 친밀감의 표현 방식에 있어서 서로 간의 차이를 극복해 나간다면 갈등은 줄어들고 부부 관계는 호전될 것입니다.

친밀감을 가지는 능력이 부갈등을 완충시킬 수 잇다면 공격성은 갈등을 격화시킵니다. 원래 공격성은 남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남성들에게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도 남성 못지 않은 공격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남성의 공격성이 물리적 육체인데 반해 여성의 공격성은 언어적 정신적입니다. 여성의 공격성은 잔소리나 비난으로 시작합니다. 언어 폭력까지 될 수 있습니다. 공격성은 상대의 감정을 얼어 붙게 만들어 상대의 공감능력을 떨어 뜨리게 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자신에게 공격성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무의식적 공포를 갖고 있는 경우가 예상보다는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내들은 남편에게 공격적인 것을 모르고 있지만 남편들은 아내때문에 상처를 받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노출되지 않은 채 남편들의 마음속에 잠겨져 있다가 어느 날 분노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남성들의 공격성의 표현을 자제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여성들 또한 자신의 공격성을 잘 인식하고 조절함으로써 부부관계가 소리없이 악화되어가는 것을 막아야 하겠읍니다.

◇ 부부갈등 해결을 위한 치료법

부부갈등은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서로가 상처 받게 되고 그러면 극단적인 상황에 다다르게 됩니다. 상처는 심화되고 치유되지를 못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이 되면 이혼과 같은 극단적인 방식을 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부 갈등으로 상담을 원하는 지경에 이를 부부들에게는 우선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가 어떤지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없다면 치료과정으로 진입할 수가 없습니다. 이를 수용단계라고 합니다.

정신과 의사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용단계를 수행하여 부부 공히 배우자를 재평가하게 하여 배우자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교정시키도록 합니다. 이러한 수용단계가 마무리되면 여러 다양한 치료기법들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의사소통하는 기술을 습득시킬 수도 있고, 친밀감을 표현하는 능력을 높이기도 하고 부부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증진시키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문가와 함께하는 부부치료는 주관적인 싸움일 수 밖에 없는 부부싸움을 객관화하여 상대 배우자를 올바르게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여 부부싸움 하기 전 상황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과 함께 하지 않더라도 부부가 서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런 훈련을 스스로 할 수 있다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제 4회 정신건강의 날 정신건강강좌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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