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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서 바다 빠뜨린 손녀 사망…"유리벽인 줄" 실형 면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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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로열 캐리비언 크루즈 선박 [AP=연합뉴스]

아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로열 캐리비언 크루즈 선박 [AP=연합뉴스]

가족과 함께 떠난 카리브해 유람선 여행 도중 실수로 생후 18개월짜리 손녀딸을 바다에 빠뜨려 숨지게 한 50대 남성이 실형을 면했다.

NBC 등 미국 언론은 8일(현지시간)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법무당국 발표를 인용, 2019년 7월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에 정박해있던 유람선상에서 발생한 아기 추락 사망의 피고인 살바토르아넬로(52)에게 현지 법원이 보호관찰 3년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변호인은 아넬로가 거주지 인디애나주에서 보호관찰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선 ‘프리덤 오브 더 씨스(The Freedom of the Seas)’ 11층에 있는 식당에서 할아버지와 놀던 아기 클로에 위간드가 커다란 창문에서 35m 아래로 떨어지며 목숨을 잃었다. 클로에와 함께 어린이 수영장에 머무르던 클로에의 엄마 킴벌리가 아넬로에게 잠깐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한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현지 항만당국 대변인인 호세 카르모나는 “사고 당시 아이의 할아버지는 아이를 창문에 앉혀두고 놀아주고 있었으나 순간 균형을 잃으며 아이가 추락하면서 그 충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식당의 큰 창문 하나가 열려있었다”고 전했다.

숨진 여야는 부모·형제 그리고 4명의 조부모와 함께 카리브해를 여행 중이었으며, 전날 푸에르토리코에 도착한 뒤 변을 당했다. 유람선은 7일간의 항해를 위해 이날 저녁 8시 30분 출항할 예정이었다. 사고는 이날 오후 5시 30분경 발생했다. 가족이 탑승한 크루즈선에는 선원 등을 포함해 모두 4500여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푸에르토리코 검찰은 사고 발생 3개월 만에 아넬로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고, 아넬로는 체포·수감됐다가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다.

그는 애초 무죄를 주장했으나 징역형을 피하고 거주지 인디애나주에서 보호관찰을 받는 조건으로 작년 10월 유죄를 인정했다.

보호관찰 판결 후 아넬로는 “한편으론 화가 나지만 한편 안도감을 느낀다.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가족들이 한 시기를 마감하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위로 삼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난간이 유리 벽으로 이뤄져 있다고 생각했으며 유리창이 열려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면서 “주변에 아무런 경고 표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손녀딸이 무척 그립다”면서 “앞으로 선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기 부모인 앨런 위건드와 킴벌리는 유람선 업체 로열 캐리비언의 안전 기준에 문제가 있다면서 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는 민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선사 측은 “아넬로가 창문이 열려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수가 없다. 아기의 죽음은 비극적인 사고일 뿐”이라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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