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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레터] 클럽하우스, 실리콘밸리에도 성골이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2.10 11:00

업데이트 2021.02.10 13:01

그래픽=김정민・정원엽 기자

그래픽=김정민・정원엽 기자

안녕하세요. 팩플레터입니다.🙋

요즘 ‘이거 모르면 아싸’라는 클럽하우스, 작년 5~6월쯤 처음 알았어요. 실리콘밸리 테크 전문매체 The Information에, 작고 작은 오디오 앱에 유명 투자자들이 투자 못해서 안달이란 내용의 짧은 기사가 올라왔거든요. Audio-Only, Invite-Only로 운영되는 셀럽들의 소셜 클럽이라니, ‘들어가보고 싶다’ 하는 마음이 바로 들더라구요.

음.. 이건 마치 애플이 애플워치를 IT 기기 아닌, 셀럽들의 패션 아이템으로 마케팅한 전략과 비슷하달까요? 클럽하우스에 들어가고 싶은 게 정말 진솔한 소통을 원해서인지, 잘나가는 그들의 수다에 나도 끼고 싶은 마음 때문인 건지 한 번 따져볼 일입니다. 너무 까칠한가요? ^^; 클럽하우스의 엘리트주의는 이런 사용자들의 마음을 너무 잘 꿰고 있는 것 같아서요.

클럽하우스가 궁금하면서도, 새로운 SNS의 등장이 내심 피곤한 분들께 오늘 레터를 특히 추천합니다.

1. 클럽하우스, 역설적 매력

2020년 3월, 코로나19 이후 개발된 따끈따끈한 오디오 서비스. 급변한 환경 속 ‘기성세대’ SNS들이 채워주지 못한 부분만 콕콕 골라잡았다.

· 만나고 싶지만 아무나는 싫어. 초대 기반으로 운영되는 제한적 앱. 내 전화번호를 아는 ‘실친’에게 초대장을 받거나, 이미 가입한 지인이 입장을 수락해줘야 한다. 그야말로 인싸 인증. 오프라인 교류가 없어도 친구 맺는(페친, 인친, 트친..) 다른 SNS와 구별되는 지점. (다만, 조만간 제한을 풀 예정이라고)

· 말하고 싶지만 기록되긴 싫어. 대화 내용은 녹음 불가, 재방송 불가. 내가 한 말이 박제될 걱정 없다. 텍스트·사진·영상 기능도 전무. 지난 수년간 SNS들이 추가한 게 ‘펑’(스냅, 인스타 스토리, 트위터 플릿 등 휘발 기능)이었단 걸 감안하면, 클럽하우스는 오디오와 결합해 동시성을 극대화했다.

· 표현하고 싶지만 평가받긴 싫어. 각 계정의 ‘팔로워’는 있지만, 콘텐츠에 대한 평가나 반응은 없다. 기존 SNS의 ‘좋아요’ 수에 연연하는 과시형 문화나, 추천 알고리즘 역효과에 회의하는 최근 흐름과 상통한다.

· 관심받고 싶지만 보여주긴 싫어. 노출하는 것은 목소리 뿐. 비대면에 지친 사용자에게 뉘앙스와 온기를 전하는 오디오의 매력을 어필한다. 한 편으론 관심과 소통은 원하지만 과도한 주목은 부담스러운 ‘샤이 관종’의 니즈도 흡수.

2. 두 개의 축 : 실리콘밸리와 흑인 문화 

클럽하우스 창업자들은 둘 다 스탠포드대, 구글, 연쇄 창업을 거친 ‘실리콘밸리 스피릿’ 그 자체. 초기 초대장이 실리콘밸리 투자자 위주로 오간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런데 이후 의외의 동력을 받았다.

① 실리콘밸리 인싸들

· 만들다 : 폴 데이비슨. 스탠포드 공대와 MBA, 베인앤컴퍼니, 위치 공유 앱 ‘하이라이트’ 창업 등을 거쳤다. 하이라이트는 2016년 핀터레스트에 팔았다. 로언 세스 역시 스탠포드 공대 석사. 구글에서 6년간 개발자로 일했다. 각종 소셜 앱을 만들어 매각도 경험한 연쇄 창업가. 지인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은 “실제로 대화하는, 더 인간적인 소셜 미디어”에 함께 꽂혔다.

· 띄우다 : 실리콘밸리의 스타 벤처투자사인 앤드리슨 호로위츠(마크 앤드리슨, 벤 호로위츠 설립)가 클럽하우스에 초기부터 투자했다. 이들은 클럽하우스에 셀럽들을 초대하고 핫한 주제의 채팅룸도 주선하며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1일 일론 머스크와 테네브(로빈후드 CEO)가 공매도와 게임스탑을 주제로 설전을 벌여, 클럽하우스는 흥행 대성공. 사실 호로위츠는 기성 언론을 대신해 스스로 미디어가 되고 싶어했었다.

· 즐기다 : 클럽하우스 핵심 사용자는 실리콘밸리 직장인들과 아티스트들. 샘 올트먼 오픈AI CEO(전 와이콤비네이터 CEO) 등 유명 투자자와 창업가, 오프라 윈프리, 애쉬턴 커처, 드레이크 같은 할리우드 셀럽들이 주요 출몰 인물이다. 이들 중엔 클럽하우스 투자자도 상당수.

② BLM 이후 흑인 공동체
· 클럽하우스의 두 축이 정보취향이라면, 후자를 다진 건 미국 흑인 공동체다. 힙합이나 NBA에 대한 대화가 활발히 이뤄진다. 래퍼 제이지(Jay Z)의 생일에는 수천 명이 모인 방이 여럿 개설돼, 생일자 없는 생일파티를 갖기도.
· ‘블랙 커뮤니티’ 특유의 체험담 문화, 집단 대화를 통한 힐링의 전통이 클럽하우스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 특히 코로나19 락다운으로 타격 받고 조지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내상을 입은 흑인 공동체의 소통과 회복을 클럽하우스에서 체험했다는 흑인 유저들이 많다.
· 실리콘밸리와 흑인 공동체를 매개한 건 투자자 벤 호로위츠의 아내인 펠리시아 호로위츠. 미국 흑인 창업자 그룹의 셀럽인 펠리시아는 클럽하우스 초기에 여러 흑인 인플루언서들을 초대했고 이들이 유력 호스트가 됐다.

 이제까지 클럽하우스 앱 아이콘이었던 이들. 실제 앱의 파워 유저들이다.

이제까지 클럽하우스 앱 아이콘이었던 이들. 실제 앱의 파워 유저들이다.

3. 듣도 보도 못한 마케팅 

클럽하우스는 마케팅의 정석인가, 이단아인가.

· 엘리트주의 : 일반적인 소셜미디어의 평가 수치는 사용자 수다. 그러나 클럽하우스는 사용자가 1500명 남짓일 때, VC 앤드리슨 호로위츠로부터 12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당시 실리콘밸리 인싸들과 투자자들은 종종 트윗에서 슬쩍슬쩍 언급했다. 멋진 대화를 ‘클럽하우스에서’ 주고받았다고.
· 소수자 감성 : 클럽하우스는 앱 아이콘으로 실제 파워 호스트들의 얼굴을 올려 1~2개월 간격으로 교체하는데, 주로 유색인종이나 여성이 등장한다. 이제까지 흑인 여성변호사, 라틴계 여성 창업자, 여성 테크 팟캐스터 등이 클럽하우스의 얼굴이었다. 현재 아이콘은 흑인 기타리스트 보마니 엑스(Bomany X).
· 느 집엔 이거 없지? : 클럽하우스는 iOS 앱만 출시돼 있어 아이폰·아이패드 유저만 쓸 수 있다. 클럽하우스 하려고 아이폰 산다는 이도 있으니, 안드로이드 진영으로선 실리콘밸리의 iOS 사랑에 배 아플 뿐. 클럽하우스는 1월 블로그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이제 만들려 한다고 밝혔다. 일정은 미정.
· 확장보다 안전: 지난해 여름, 운영진은 즉시 모든 이의 가입을 받지 않는 이유로 둘을 들었다. ①커뮤니티 성장이 중요하다(다양성 유지 등) ②아직 운영자가 적다(일손이 딸림). 이제는 준비가 됐는지, 지난주 CEO 폴 데이비슨이 인터뷰에서 ‘조만간 초대장 없이 들어가도록 일반에 개방하겠다’고 했다. 혐오·차별 발언에 대한 신고 기능 같은 콘텐츠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 현타를 늦춰라 : 셀럽들의 가입으로 화제몰이에 성공했고, 당분간 효과는 지속될 듯. 그러나 돌아보면 십수년 전 트위터도 그랬다. 일론 머스크와 맞팔해도 그게 진짜 소통인가? 하는 냉정한 깨달음의 시간을 얼마나 늦추느냐가 관건.

4. 어디까지 얘기해 봤니? 

클럽하우스를 낳은 건 팔할이 Zoom일지도. 웨비나에 익숙해지니, 이걸 Audio-only로 못할 건 뭔가 싶다. 그렇다고 오디오가 대안 플랫폼 가능성까지, 있을까.

· 장비의 장벽은 낮고, 화자의 장벽은 높다. 팟캐스트가 TV 프로그램이라면, 클럽하우스는 ‘오디오 라방’ 격이다. 전문적인 녹음·편집 장비나 전용 스튜디오가 필요 없다. 다만, 사진·영상 같은 시각 정보 없이 청각만 사용하기에 호스트의 유명세·매력·말솜씨가 중요하다. 게다가 실시간으로 떠들다 보면 지식과 교양의 밑천이 드러날 수도. 유튜브처럼 일반인 셀럽을 낳는 플랫폼이 될지는 미지수다.
· 파티? OK! 강연? 글쎄. 오디오 SNS는 최소한 상반신을 신경써야 하는 화상회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침대에 누워 초췌한 몰골로도 관심 분야의 네트워킹 파티에 참석할 수 있다. 지식 강연도 가능하지만, 오디오만으로 집중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
· 말하면서 돈도 번다. 클럽하우스는 ‘유료화 기능’을 계획 중이다. CEO인 데이비슨은 오디오 콘텐츠 제작자들이 이 앱으로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채팅방 멤버에게 구독료를 받거나 토크쇼 티켓 판매 이벤트 등을 생각 중이라고 CNBC 인터뷰에서 밝혔다.
· 논란 없는 소셜은 없다. 클럽하우스는 지난해 페북·트위터가 겪은 가짜뉴스·혐오 콘텐츠 논란은 피해갔다. 그러나 무풍지대는 없는 법. 지난해 9월엔 클럽하우스 내 400여 명이 모인 방에서 유대인 혐오 발언이 오갔고, 그 방에 클럽하우스 투자자 마크 앤드리슨도 있었다는 게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앞으로 사용자가 늘면, 그 안에서의 실시간 발화 내용을 제재할 방법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5. 귤이 탱자가 되듯 

귤을 옮겨심으면 탱자가 되듯, 한국의 클럽하우스는 ‘인싸템’으로 유행 중.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라고 보도된 즈음, 국내 IT·미디어 산업 및 스타트업계 인싸들이 빠져들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일론 머스크 등판으로 ‘셀럽의 성지’가 되면서부터.

·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슬아 컬리(마켓컬리)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등 유명 창업자들이 참여해 급격히 화제가 됐다. 호스트를 맡은 셀럽이 누구냐에 따라 방의 흥행이 좌우된다.
· FOMO(Fear of Missing Out·유행에 뒤처진다는 불안) 효과. 초대받은 자와, 초대받지 못한 자를 나누는 시스템이 ‘인싸 마케팅’이 됐다. 초대를 품앗이하는 네이버 카페와 오픈카톡, 초대장을 사고파는 중고거래까지 등장.
· ‘오디오 라방’의 히트, 처음은 아니다. 국내에선 스푼라디오가 20여개국 Z세대 월간 사용자 300만명을 끌어오며 오디오 SNS 시장을 개척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등 팟캐스트와 오디오북을 필두로 ‘듣는 콘텐츠’ 시장 파이도 커지고 있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국내 팟캐스트 광고 시장은 2024년까지 1115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

 클럽하우스 초대장이 거래되는 국내 현장.

클럽하우스 초대장이 거래되는 국내 현장.

6. ‘소셜 슨배님’들의 심경

· 페이스북 : 일론 머스크(1일)에 이어 지난 3일 마크 저커버그도 심야 클럽하우스에 출몰. 목적은 최근 출시한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 자랑이었지만, 그가 다른 SNS에 관심을 보일 땐 주로 인수(인스타그램, 왓츠앱)나 유사품 출시가 이어졌단 점에서 ‘정찰’일 수도. 물론 당장 저커버그의 관심사는 발등에 불 떨어진 바이든 정부의 빅테크 제재 움직임이다.

· 트위터 : 클럽하우스와 직접 경쟁하는 라이벌. 오디오 그룹대화 기능 ‘스페이스(Spaces)’를 준비 중이며, 지난해 12월 베타 버전을 내놨다. 지난 1월말엔 뉴스레터 플랫폼(Revue)도 인수. 셀럽들의 텍스트 SNS란 확고한 지위가 있는 만큼, 팔로워를 뉴스레터 구독자로 전환하거나 다양한 소규모 그룹 대화를 지원해 끈끈한 소통을 보장하겠다는 움직임.

추천 자료
1. 클럽하우스 CEO 최신 인터뷰 👉인터뷰 보기
클럽하우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폴 데이비슨이 지난주 CNBC와 가진 인터뷰 영상. 혹시, 텍스트 요약본을 원하신다면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이 기사로 보시길.

2. 클럽하우스를 키운 건 우리! 👉 기사 보기
흑인음악계가 클럽하우스에 갖는 양가감정을 엿볼 수 있는 기사. 흔히 '테크 엘리트의 놀이터'로서 클럽하우스를 주목하지만, 힙합 음악계 유명인사들의 클럽하우스 활동이 많은 청중을 모은 건 사실. 역시 영문 기사이지만 구글 번역을 이용하신다면.

팩플팀 factpl@joongang.co.kr

이 기사는 2월 9일 발송된 팩플레터를 옮긴 것입니다. 팩플레터는 중앙일보 기자들이 테크 산업계 이슈와 정책, 주목할 만한 비즈니스 트렌드를 입체적으로 살펴 보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 팩플레터를 구독하시면 구독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 팩플 서베이와 팩플 퀴즈 등 다양한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팩플레터 받아보시려면 → https://url.kr/qmvP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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