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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레터] 날개 잃은 우버, 미래는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입력 2021.02.03 11:00

업데이트 2021.02.10 13:02

그래픽=김정민 기자

그래픽=김정민 기자

안녕하세요. 팩플레터입니다. 🙋
며칠 전 끝난 스위스 다보스포럼은 올해 온라인으로 열렸습니다. 코로나19 때문이죠. 오늘 레터 주제와도 관련 있는 대담 하나를 소개드릴게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온라인 대담이었는데요. 뉴욕에서 접속한 핑크 회장이 도쿄의 손 회장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보기에, 머잖아 우리 삶을 바꿀 기적같은(miracle) 기술은 뭔가요?"

손 회장의 선택은 '자율주행'이었습니다. "보통 GDP의 1%쯤 되는 광고, 10~12%쯤인 리테일 시장을 인터넷 기업들이 파괴했다. 그 기업들이 10년 사이에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개 중 8개를 차지할 만큼 컸다. 그렇다면 GDP의 11%(미국)나 15%(중국)씩이나 되는 물류산업에서 자율주행차가 일으킬 변화는 얼마나 더 크겠나." 그는 2년 뒤부터 자율주행차 양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말(horse)이 도로에서 사라진 것처럼, '인간의 운전'도 금지될 날이 올 것이라는 전망도 흥미롭습니다. 손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가 우버에 투자했던 이유도 이런 빅픽처 때문이었을까요?

그런데 그 우버가, 지난해말 좀 뜻밖의 결정을 했습니다. 야심차게 추진하던 자율주행 사업과 에어택시 사업을 모두 외부에 팔아버렸어요. 대체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걸까요? 오늘 팩플레터에서 우버의 계산속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우선 핵심인물부터 함께 보시죠.

1. 핵심 인물

팩플레터 등장인물

팩플레터 등장인물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 “일단 살고 보자, 우린 플랫폼”
우버의 현재 CEO. 익스피디아 출신으로 숫자에 밝은 전문경영인. 2020년 12월 우버의 자율주행·에어택시(플라잉카) 사업을 매각했다. 대신 캐시카우인 승차공유·음식배달 사업을 확장해 우버의 체질을 바꿔버렸다.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창업자 : “미래는 자율주행에 있다니까!”
우버를 혁신 기술기업으로 키우려 했던 창업자. 2015년 “무인 자동차 군단의 안전한 24시간 이동 서비스가 우버의 미래”라며 자율주행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사내 미투(MeToo)와 구글 기술 절도 등 잇단 추문으로 2017년 CEO 자리서 물러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우버와 손 잡고 혁신 하려 했는데···”.  
자동차 제조업체 현대차를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 시키는 중. 지난해 CES에서 우버와 협업해 2028년까지 에어택시를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버의 자율주행 사업을 산 오로라에도 전략적 투자 중.

메리 배라 GM 회장 : “일단 전기차부터!”
미국 자동차산업의 상징 제너럴모터스(GM)의 리더. ‘전기차 대전환’을 선언했다. 2025년까지 전기차 30종을 출시하고, 전기차 관련 270억달러(약 30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 올해 CES에서 전기를 동력으로 쓰는 비즈니스 플랫폼 '전동화'(electrification)를 키워드로 내걸었다.

2. 우버, 무슨 일이야? 

모빌리티 업계 판도가 바뀌고 있다. 올해 CES 모빌리티 분야를 주도한 것은 GM, 메르세데스-벤츠, BMW 같은 ‘레거시’ 완성차 기업들. 우버 등 IT·플랫폼 기업들이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던 과거와 사뭇 다른 양상. 우버, 왜 이렇게 조용할까.

· 올해의 우버는 1년 전 우버와는 다르다. 2015년부터 준비해온 자율주행 사업부(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그룹·ATG)’을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로라’에, 에어택시 사업부(우버 엘리베이트)를 항공기 제조사 ‘조비 에비에이션에 지난해 12월 연달아 매각했다. 우버의 미래를 상징하던 양날개를 모두 뗀 셈. 올해 CES에는 아예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다. 승차공유와 음식배달로 실적 방어에 주력 중.
· 반면 GM은 올해 CES에서 모빌리티 미래 주자로 눈도장을 찍었다. 미국 내 물류·음식배달 플랫폼을 발표. 1인승 드론과 ‘움직이는 거실’ 같은 자율주행차 디자인도 공개했다. CES 기조연설에 나선 메리 배라 회장은 20세기 내연기관 자동차의 상징 GM의 '변곡점'을 화두로 던졌다. 예전의 GM이 아니라는 선언.

3. 우버가 꿈꾸던 자율주행차·에어택시

자율주행차와 에어택시는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Mobility as a service)의 핵심 퍼즐이다. MaaS는 A에서 B로 이동 시 필요한 모든 걸 해결해주는 서비스. MaaS형 앱은 차·버스·지하철·공유 킥보드 등 여러 교통수단을 엮어 최적 이동경로를 짜고, 호출 및 결제까지 통합 제공한다.

· 자율주행과 가격경쟁력 : 자율주행이 되면 이동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인건비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 한국에서 택시 한 대의 1년 운영비는 약 2360만원(제4차 택시 총량제 수립기준 개선방안 연구보고서). 이중 인건비(35.8%) 비중이 가장 크다.
· 플랫폼 효과 : 궁극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은 MaaS의 운영체제(OS) 패권을 누가 쥐느냐와 직결된다. 모빌리티 스타트업 레인포컴퍼니 권오상 대표는 “자동차 제조사, IT플랫폼 기업, 통신사까지 모두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드는 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 에어택시와 도심 교통정체 : 도심형 항공모빌리티(a.k.a 에어택시)는 교통정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다. 도심 내 스카이포트(이착륙장)에서 출발하는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로 정체구간을 돌파해 시간을 단축한다. 차로 2시간 걸릴 길을 5분만에 갈 수 있다. 지난해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와이어트 스미스 우버 엘리베이트 사업전략 총괄은 “기존 차량 공유 플랫폼에 비행 서비스를 엮어, 하늘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우버엘리베이트 본사에 전시 중인 전기 수직이착륙기. 박민제 기자

지난해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우버엘리베이트 본사에 전시 중인 전기 수직이착륙기. 박민제 기자

4. 그 좋은 걸, 우버는 왜 팔았나 

그 중요하다는 자율주행과 에어택시를 우버는 왜 팔았을까. 전직 우버 관계자와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들은 3가지 이유를 꼽는다.

① 실적 압박 : ‘긴 병에 장사 없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동이 멈추자 우버도 치명타를 입었다. 음식배달 등으로 만회하려 했지만 실적은 곤두박질. 지난해 11월 우버는 3분기 매출 31억29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고 밝혔다. 차량 예약건수는 50% 감소.

우버 출신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와 에어택시는 투자자를 열광하게 하는 우버의 매력 포인트였지만 2019년 상장 이후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며 “실적 압박이 심해지면서 버는 것 없이 쓰기만 하는 부서에 대한 부담이 커졌고, 코로나19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고 말했다.

우버의 실적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우버의 실적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② 플랫폼 DNA : ‘택시 없는 택시 회사’
우버는 공유경제 대표 기업으로 꼽혔다. 차량도, 기사도 직접 소유하지 않지만 운송 서비스를 ‘중개’하고 그 수수료를 받았다. 같은 식으로, 자율주행차도 에어택시도 서비스한다면? 우버가 직접 돈 들여 개발할 필요가 없어진다. 기술 개발은 외부에 넘기고, 훗날 우버가 구축한 플랫폼에 이들을 끌어들이면 된다. ‘자율주행차 없는 자율주행 회사’, ‘에어택시 없는 에어택시 회사’도 가능하단 얘기.
국내 모빌리티 업체 관계자는 “자율주행이나 에어택시는 기술 완성도를 90%에서 95%로 올리는 게 0%에서 90%까지 가는 것보다 더 어렵고 돈도 많이 든다”며 “‘중개’로 큰 회사라면 굳이 그걸 안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③ 창업자와 전문경영인 : ‘비저너리 VS 관리자’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은 사석에서 종종 "자율주행차가 현실이 되면 우버가 '엄청나게 멋진(Super Duper) 우버'가 될 것"이라 말했다. 2015년 이후 자율주행 분야에 수억 달러를 쓴 것도 직원 1200여 명을 뽑은 것도 불확실하지만 미래를 바라 본 창업자의 베팅이었다.
하지만 2017년 캘러닉이 각종 추문으로 물러난 뒤, 영입된 다라 코스로샤히 CEO는 전형적인 관리형 리더다. 익스피디아 CEO였던 그는 숫자에 밝고 예산에 따라 사업하는 경영자다.

또 다른 우버 출신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창업자이자 오너인 캘러닉은 미래를 보고 공격적으로 투자했지만 코스로샤히의 경우 당장의 실적이 자신의 임금과 연결되기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5. 자율주행차·에어택시, 언제쯤 시내에?

우버 엘리베이트 스카이포트 조감도. 도심 내 에어택시가 이착륙하는 플랫폼이다. [사진 우버]

우버 엘리베이트 스카이포트 조감도. 도심 내 에어택시가 이착륙하는 플랫폼이다. [사진 우버]

2030년, 글로벌 업계에선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 시점을 이때로 본다(기획재정부 ‘미·EU·중 모빌리티 산업 현황 및 국가 간 정책분석 연구’). 에어택시는? 국토교통부는 2025년을 에어택시의 국내 상용화 시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실제 일상에 두 서비스가 완전히 녹아 들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이 많다.

· 스티븐 슐래도버 UC버클리대 교수 : 지능형 교통시스템 연구개발 조직(PATH)을 이끌어 온 자율주행 분야 권위자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자율주행 완전 상용화는 수 십년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날씨가 온화하고 교통이 복잡하지 않은 제한된 지역에선 자율주행이 가능하겠지만, 도심처럼 복잡한 교통환경에서 안전하게 작동하려면 수십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율주행 분야 기업들이 자신들이 아직 모르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선 적어도 10년 이상 집중적인 노력과 수십억 달러의 투자가 더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장 : 국토교통부 모빌리티 혁신위원을 지낸 그는 “고속도로가 아닌 도심 자율주행의 경우 2040년은 돼야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택시도 시범운행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편하게 이용하는 수준이 되기 위해선 현재 예상보다는 더 많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6. 우버의 미래는

모든 사람의 일상을 위한 운영 체제가 되기를 원한다. 도심 이동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바로 제공할 수 있는 고투앱(go-to app)이 되는 것이다.”

우버는 지난해 “어떤 회사가 되기를 원하냐”는 중앙일보 이메일 질의에 이 같이 공식 답변했다. 플랫폼 한쪽에 있는 전 세계 1억 1100만명의 활성 이용자 이동을 한번에 해결해주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서비스를 꿈꾼다는 의미. 자율주행차·에어택시 개발 부문을 매각했더라도 향후 플랫폼에 연결하겠다는 비전은 여전하다.

① 손절 아닌, 기술개발의 외주화
우버는 자율주행 부문을 스타트업 오로라에 매각하며, 이 회사에 4억달러를 투자했다. 지분 26%를 확보했고 다라 코스로샤히 CEO는 오로라 이사회에 합류. 항공부문도 마찬가지. 조비 에비에이션에 매각하는 대신 75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자율주행차나 에어택시 모두 상용화되면 우버 플랫폼에 등장할 전망.

② 우버의 반등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반등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평가. 특히 우버는 중국·동남아에서 사업을 철수하면서 해당 지역 공유업체인 디디추싱(15.4%), 그랩(23.2%)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들이 상장한다면 막강한 실탄이 추가로 들어온다. 올해 상장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버 전직 관계자는 “올해까진 ‘존버’ 전략이겠지만 적어도 디디추싱·그랩이 상장하는 시점 이후에 다시 ‘진격의 우버’로 바뀔 것 같다”고 전망했다.

7. 한국에서 우버는

우버는 우버 가맹택시를 국내에서시범 서비스 중이다. [사진 우버코리아]

우버는 우버 가맹택시를 국내에서시범 서비스 중이다. [사진 우버코리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사업들을 진행 중이다.
우버는 지난 달 20일 프랜차이즈 택시인 ‘우버 택시’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SK텔레콤에서 독립한 티맵모빌리티와 함께 설립할 조인트벤처가 향후 이 사업을 담당한다. 자금이 풍부한 우버답게 3월 31일까지 20%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중. 국가 간 이동이 다시 활발해지고,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익숙하게 쓰던 우버 앱으로 한국 택시를 이용한다면 우버에겐 최상의 그림.

우버는 현대자동차와도 협업 중이다. 지난해 CES에서 우버 엘리베이트와 에어택시 기체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우버가 항공 부문을 매각하면서 스텝이 좀 꼬인 상황. 현대차 관계자는 “조비 에비에이션과 협업은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우버와 협력도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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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EU·중 모빌리티 산업』 현황 및 국가 간 정책분석 연구 👉보고서 보기
지난해 기준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차랑공유 3개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미국, EU, 중국의 현황과 전망이 담긴 기획재정부 혁신성장추진기획단의 보고서입니다.

2. 마이크 아이작, 『슈퍼 펌프드』
이 책의 부제는 '우버, 위대한 기회는 왜 최악의 위기로 돌변했는가'입니다. 캘러닉 퇴출을 최초 보도했던 뉴욕타임스 IT 전문기자가 우버의 흥망성쇠를 상세히 다룹니다.

팩플팀 factp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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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월 2일 발송된 팩플레터를 옮긴 것입니다. 팩플레터는 중앙일보 기자들이 테크 산업계 이슈와 정책을 입체적으로 살펴 보내드리는 미래 검증 보고서입니다. 팩플레터를 받아보시면 주요 이슈에 대한 분석과 함께 구독자들이 참여하는 서베이와 퀴즈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팩플레터 받아보시려면 → https://url.kr/qmvP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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