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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트럼프 쫓아낸 SNS에, 바이든이 매 든다?

중앙일보

입력

안녕하세요. 팩플레터입니다. 🙋

아시다시피 지난주에 미국 대통령이 바뀌었습니다. '바이든 시대'가 열렸다고들 하지요. 국제 정치외교 무대는 물론, 미중 교역과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등에서 미국이 어떻게 달라질 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한판 크게 전쟁을 치른 테크 산업은 어떨까요?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대체로 민주당 지지층이니 더 좋아지는 걸까요?

오늘 팩플은 트럼프 보내고, 바이든을 갓 맞이한 미국 SNS 플랫폼들의 과거와 미래를 짚어보려고 해요. 미국 얘기만은 아닙니다. 한국의 플랫폼 기업들과 소비자들이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있습니다. 우선, 오늘 팩플레터의 '핵심인물'부터 보시죠.

핵심 인물

1. 잭 도시 : 안팎으로 난감
트위터 창업자이자 CEO. 트위터에서 트럼프를 퇴출했지만, 직원은 앞서가고, 투자자는 우려하고, 정계는 경계하니.. 어느 장단에 춤추랴.

2. 조 바이든 : 그런다고 플랫폼이 이쁘진 않음
46대 미국 대통령.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가 트럼프 계정을 파내 버렸지만, 플랫폼에 대해 평소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가 펼칠 테크 정책 방향에 다들 쫑긋.

3. 앙겔라 메르켈 : SNS가 판사야 뭐야
독일 총리. 평소 트럼프를 곱게 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트럼프에 대한 트위터의 조치는 잘못됐다고 공개 발언. 빅테크가 정치 위에 오는 걸 경계한다.

4. 파벨 두로프 : 물 들어올 때 영업한다
왓츠앱의 경쟁자 격인, 메신저 앱 텔레그램의 창업자. 소셜미디어의 검열이 논란이 되자 ‘비밀 보장하고 폭력 콘텐츠만 걸러내는 텔레그램으로 오세요~’ 연일 영업 중(그런데 n번방은?).

1. 미국의 디지털 civil war

미국 소셜미디어가 반으로 갈라졌다. 오프라인 세상에선 1월20일 트럼프 대통령에서 바이든 대통령으로(이하 직함 생략) 미국 행정 권력이 이양됐지만, 디지털 세상에선 여진이 가시지 않는다. 아니, 전선은 더 확장될 기세다.

· 1월 6일, 트럼프의 극우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에 무장 난입했고, 총 5명이 사망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트럼프의 계정을 정지했다.
· 앞서, 트럼프가 트위터·페이스북을 통해 선거 부정 음모론과 불복 의사를 비치자, 일부 지지자들은 소셜미디어에서 물리적 내전을 암시했다. 트위터·페이스북이 게시물 삭제로 제재하자, 극우 지지자들은 소셜 앱 ‘팔러’로 옮겨갔다.
· 6일 사건 후 구글·애플은 앱 장터에서 팔러를  퇴출했고, 아마존은 웹서비스를 끊었다.
· 한 켠에선 ‘소셜 플랫폼들이 선을 넘어 개입한다’는 비판이, 한 쪽에서는 ‘팔러뿐 아니라 텔레그램도 앱 마켓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추가 주장이 나온다.

2. 숨 가빴던 사건 일지

그간의 일을 간략히 정리하면.

1월6일 의사당에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1월6일 의사당에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2020년
11/3  미국 대선 투표 실시
11/4  트럼프 트윗 “우리가 이겼는데, 그들이 선거를 훔치려 한다”
        트위터, ‘오해 유발 게시물’ 딱지 붙임
11/5  페이스북, 30만 명 선거 불복 그룹 ‘stop the steal’ 삭제
11/8 ‘팔러’ 사용자 4배 급증
2021년
1/6 극우 지지자들, 미 의사당 난입
     트럼프, 트윗에서 이들을 “위대한 애국자들”이라고 지칭
     트위터, 트럼프 계정 임시 정지
1/7 페이스북, 트럼프 계정 임시 정지
1/8 트위터, 트럼프 계정 영구 정지(트위터 공지)
     구글(8일)과 애플(9일), 앱 마켓에서 ‘팔러’ 삭제
1/9  아마존, 팔러에 대한 웹호스팅 중단 선언
1/10 극우단체 대표들, ‘텔레그램 쓰겠다’
1/12 트위터, 큐어넌(QAnon) 음모론* 계정 7만 개 폐쇄
       (‘오바마는 아동 매춘단’, ‘힐러리는 사탄 숭배자’ 등)
1/20 바이든 대통령 취임 

3. 메르켈은 기쁘지 않다 

‘소셜미디어, 너무 힘 세다’는 반응이, 예상치 않은 곳에서 나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필두로 각국 정치 지도자들이 ‘거대 플랫폼의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 1월 11일 메르켈 총리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정은 의회가 만든 법으로 해야지, 사기업이 해서는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멕시코·브라질 대통령, 영국·프랑스·호주의 각료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 독일은 나치를 겪어 혐오·폭력 발언에 민감하고, 이에 대한 소셜미디어의 삭제 책임을 유럽에서 가장 먼저 법제화(2017년)했다. 메르켈의 발언이 무게감을 갖는 건 그래서다. 혐오 발언을 경계하지만, 그걸 대형 테크 기업이 ‘알아서’ 막는 건 더 경계할 일이란 것.
· 러시아 푸틴의 정적으로, 지난해 독살 위협을 당한 알렉세이 나발니도 트위터에 “트럼프 계정 정지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검열 행위”라고 적었다. 그는 “푸틴 같은 살인자나 메드베데프 같은 거짓말쟁이도 트위터를 마음껏 활용한다”며 “트럼프에 대한 조치는 감정적이고 선택적”이라고 했다.

4. 바이든마저 기쁘지 않다면

문제는 바이든이다. 트럼프를 막았다고, 바이든에게 마냥 환영받는 게 아니라는 것. 민주당 측은 더 센 카드를 준비 중이다.

· 이번 사안은 통신품위법 230조(section 230)와 직결돼 있다. ‘인터넷 서비스 기업은 사용자가 올리는 게시물의 내용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법안인데, 트럼프-바이든 모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 바이든은 대선 후보 시절 “페이스북 등이 허위 선동을 방치하고 책임을 안 진다”며 섹션 230을 손봐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바이든 캠프 대변인은 ‘(섹션 230에 대한) 바이든의 생각에 변함 없다’고 확인했다.
· 브루스 리드 백악관 부비서실장 내정자는 지난달 공개 강연에서 “소셜미디어에게 게시물에 대한 책임을 진작 물었어야 했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의 테크 분야 핵심 참모로 꼽힌다.
· 상원 법사위 소속인 리처드 블루먼솔 의원(민주당)은 이번 사안에 대해 “빅 테크의 셀프 개혁은 너무 늦었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자기 편할 대로”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계정 영구 퇴출(1/8) 결정 전후의 트위터 주가 상황. 출처 : 야후 파이낸스

트럼프 계정 영구 퇴출(1/8) 결정 전후의 트위터 주가 상황. 출처 : 야후 파이낸스

5. 잭 도시의 사정 : 직원과 투자자 사이

트위터 창업자이자 CEO인 잭 도시는 평소 반(反) 트럼프 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트위터에서 트럼프를 영구 퇴출하는 데에는 주저했다고.

· 이번 결정은 트위터의 비자야 가데(Vijaya Gadde) 최고법률책임자(CLO)가 내렸다. NYT 보도에 따르면 잭 도시는 내키지 않았으나 가데의 요구에 따라 그에게 이번 일의 권한을 위임했다고. 외신들은 10년째 트위터의 법률정책을 담당하는 인도계 여성 변호사 가데의 파워에 주목하고 있다.
· 트럼프 계정 퇴출은 ^그의 8800만 팔로어를 봐서나 ^투자자의 우려 ^플랫폼의 정책 일관성 ^플랫폼 권력 가시화 우려 등 여러 면에서 트위터로선 쉽지 않은 결정.
· 그러나 트위터 직원들은 강경했다. 일부 직원은  ‘나치에 부역한 IBM이 될 거냐’는 말까지 하며 트럼프 계정 폐쇄를 강하게 요구했다고.
· 잭 도시의 CEO 자리는 탄탄하지 않다. 지난해 초엔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이 트위터의 지분을 매입해 쫓겨날 뻔 하기도 했다. 엘리엇 측 인사가 트위터 이사회에 참여하는 정도로 일단락 됐지만, 잭 도시는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참고로 엘리엇 창업자인 폴 싱어는 공화당 고액 후원자.
· 트럼프의 트위터 영구 퇴출 결정(1/8·금) 이후 첫 주식 개장일(1/11·월)에 트위터 주식은 6.4% 하락했다.

6. 저커버그의 사정 : 실리만 따랐는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트럼프를 통해 틱톡을 견제하려는 등 재임 기간 가깝게 지냈다. 그래서 역풍을 맞기도.

· 밀회 : 저커버그는 사실 트럼프와 잘 지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동영상 앱 ‘틱톡’을 사용 금지시킨(2020년 8월) 배경에, 저커버그가 있었단 얘기가 뒤늦게 알려지기도. 2019년부터 저커버그가 트럼프와 측근을 만나 틱톡 규제를 주장했다는 것.
· 타격 : 저커버그는 트럼프 게시물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해 5월 #BLM(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시위 중에 트럼프가 경찰의 강경진압을 옹호하는 듯한 글을 올리자, 트위터는 ‘폭력 미화 게시물’ 딱지를 붙였지만 페이스북은 놔뒀다. 그러다 페이스북 직원들의 집단 반발과 광고주 이탈이 일어나고서야, 페이스북은 정책을 바꿨다.
· 변신 : 2020 대선에서 페이스북은 전보다 빠르게, 트럼프의 음모론·폭력 옹호 콘텐트를  제재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대선과 하원에서 모두 승리하는 걸 보고서야 움직인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 추격 : 이 와중에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는 하루가 멀다하고 저커버그와 왓츠앱을 저격하는 글을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다. ‘페북이 소유한 메신저 왓츠앱에서는 비밀 보장이 안 된다’는 것. 왓츠앱 성장이 주춤한 건 사실. 반면 텔레그램 월간 이용자(MAU)는 최근 5억 명을 넘었다.

7. 한국에선 ‘폭력 선동’보다 ‘가짜뉴스’? 

콘텐츠가 유통되는 플랫폼의 책임은 국내서도 논쟁적이다. 다만, 한국에선 소셜미디어에 유통되는 혐오·차별이나 폭력 옹호 표현보다도 '가짜뉴스'에 더 민감하다. 가짜뉴스의 해악에 대해서는 주로 그 시점 정권 잡은 쪽에서 심각하게 보는 편.

·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괴담'이나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한 포털의 책임을 강화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방통위가 내놓았다. 권리침해자가 요청하면, 피해를 소명하기 전이어도 포털은 해당 게시물이 안 보이게 임시 조치할 의무가 있다는 것. 당시 야권은 '인터넷 검열'이라고 반발했고, 법안은 불발됐다.
· 21대 국회에서는 정필모, 서영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각각 발의했지만 내용은 비슷하다. 정치적·경제적 목적의 가짜 뉴스가 퍼지면, 이를 걸러내 삭제하지 않은 유튜브·SNS 같은 플랫폼에도 과태료를 물리거나 제재한다는 내용이다.
· 혐오·차별 발언의 유통을 막자며, 2018년에는 '일베 폐쇄' 국민청원이, 2019년에는 '워마드 폐쇄' 법안 발의(하태경 의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가 있었다.  그러나 실현되진 않았다.

추천 자료

1. 사법정책연구원 [혐오 표현의 판단 기준에 대한 비교법적 연구] 👉 보고서 보기

따끈따끈한 신품 보고서. 대법원 산하 연구기관인 사법정책연구원이 '혐오 표현'에 대한 국내외 법과 판례 등을 분석해 지난 연말 발간했다. 보고서 요약본도 함께 올라와 있으니, 바쁜 분은 요약본으로.

2. 트위터의 강력한 법률 책임자, 비자야 가데 👉 기사 보기
트럼프 계정 폐쇄를 주도한 트위터의 CLO 비자야 가데가 궁금하다면. 가데는 그 일 이후 어떤 언론에도 코멘트하지 않고 있다고. 지난 10월 폴리티코의 긴(!) 기사에서, 가데가 어떤 사람이며 트위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엿볼 수 있다. 영문 기사이지만 구글 번역을 이용하신다면.

팩플팀 factpl@joongang.co.kr

이 기사는 1월 26일 발송된 팩플레터를 옮긴 것입니다. 팩플레터는 중앙일보 기자들이 테크 이슈와 정책을 입체적으로 살펴 보내드리는 미래 검증 보고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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