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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대북제재위 “北 풍계리 핵시설에 여전히 인력 남아 있어”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 [뉴스1]

북한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도 핵무기 개발을 지속했으며, 풍계리 핵실험장에 인력이 계속 남아 있다는 내용이 담긴 유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로이터 통신은 8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연례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로이터, 전문가 패널보고서 입수 보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보고서는 “북한은 핵분열 물질을 생산하고 핵시설을 관리했으며, 탄도 미사일 관련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했다”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해외에서 원료·기술 도입을 모색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2020년 핵 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실험은 없었지만, 북한은 새로운 탄도미사일 탄두를 실험·생산하고 전술핵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열렸던 제8차 노동당 당 대회에서 전술핵과 핵잠수함, 극초음속 무기 개발 등을 지시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유엔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나온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등을 통해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개량형 미사일(KN-23)을 비롯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ㅅ', 역대 최대 크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공개했다.

지난 1월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이 등장하고 있다. [뉴시스, 조선중앙TV 캡쳐]

지난 1월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이 등장하고 있다. [뉴시스, 조선중앙TV 캡쳐]

보고서는 이를 두고 “미사일의 크기로 볼 때 장거리, 중거리, 단거리 탄도 미사일에 핵 장치가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북한이 탄도미사일의 재진입 기술을 완성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익명의 회원국은 북한이 폭파한 풍계리의 핵 시설에 여전히 인력이 남아있다고 보고했다”며 “이는 풍계리 시설이 버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명시했다. 북한은 2018년 5월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풍계리 갱도를 폭파했다. 이곳에서 인력이 여전히 포착된다는 건 풍계리 핵실험장이 영구 폐쇄된 게 아니라 최소한 부분적으로 운영하고 있거나 언제든 가동 가능한 상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은 2018년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휘소와 건설노동자 막사가 폭파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은 2018년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휘소와 건설노동자 막사가 폭파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은 또 지난해 이란과 무기 거래를 재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해 북한과 이란은 핵심 부품의 이전을 비롯한 장거리 미사일 개발 프로젝트에 관한 협력을 재개했다”며 “가장 최근 선적이 지난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최근 이란핵합의(JCPOA) 탈퇴를 선언하고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가동했다.

2019년 북한의 석탄 불법 수출 규모는 최소 3억 7000만 달러(약 4129억원)로 추산됐지만,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로 7월부터 석탄 선적이 대부분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201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탈취한 가상화폐는 약 3억 1640만 달러(약 3531억원)로 추정된다는 점도 보고서에 담겼다.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는 로이터 통신의 보고서 관련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이란 대표부는 북한과 거래했다는 보고서 내용이 “잘못된 정보와 조작된 수치”라고 반박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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