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하키채 휘두른 감독…학생은 "제가 때려달라 했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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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고등학교 아이스하키팀 감독이 소속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사진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MBC

서울의 한 고등학교 아이스하키팀 감독이 소속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사진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MBC

서울의 한 고등학교 아이스하키 감독이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 조사도 이뤄졌지만 “내가 때려달라고 했다”는 학생들의 진술에 감독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8일 경찰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서울 소재 한 고등학교의 아이스하키팀 감독이 소속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는 의혹이 접수돼 오는 16일 감사에 착수한다. 교육청에 제출된 자료와 감독 등 아이스하키부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폭행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계획이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공한 감독의 폭행 동영상도 공개됐다. A 감독은 2019년 1월 연습경기에서 패하자 선수들에게 “문 잠가”라며 맞을 준비를 하라고 지시한 후 아이스하키채로 엉덩이를 내려쳤다. 그는 하키채로 학생의 머리를 때리기도 했고, 다른 학생에게는 “여기 봐 개XX야”라며 욕설을 섞은 훈육을 이어갔다. 감독에게 폭행을 당한 선수의 허벅지가 피멍으로 물든 모습의 사진도 남아 있었다.

이에 익명의 제보자가 학교와 교육청에 자료를 제출했지만 A 감독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이다.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일부 고학년 선수들이 감독에게 자신들을 때려달라고 요청했고, 이는 모두 ‘연출’이었다는 주장이다. A 감독 역시 MBC에 “밑에 애들이 말을 안 들으니 ‘선생님, 저희를 혼내는 척 연출 한 번 하자’고 했다”며 폭행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경기 출전과 주니어 국가대표팀 선발, 대학입시까지 영향력을 가진 감독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을 경찰이 헤아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를 담당한 서울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 학생과 부모가 후배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선생님과 상의했다는 의견이 일치했다”며 “회의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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