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실 청소가 인성교육?…인권위 “학생 인권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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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 전경. 연합뉴스

교무실 전경.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교무실 등 교직원이 사용하는 공간을 학생들에게 청소하도록 하는 것에 제동을 걸었다. 헌법상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면서다. 인권위는 “교무실 청소를 학생에게 비자발적인 방법으로 배정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8일 인권위에 따르면 A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학교가 학생들에게 1인 1역할을 의무적으로 분담하게 하는데 그중 교무실 청소가 포함돼 있다”며 “학생들에게 관행적으로 교직원 공간을 청소하도록 하는 건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진정을 제기했다.

학교 측은 학생의 청소 참여는 쾌적한 교육환경과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는 동시에 인성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활동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학생이 어려운 구역을 지속적으로 청소하는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일정 기간씩 순환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정부가 용역 등을 통해 교직원 공간을 청소하게 하는 방침을 내리지 않는 한 현재처럼 학생에게 맡길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교육의 목적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학습에만 있는 게 아니며 청소는 일상생활에서 이뤄져야 할 생활습관으로 지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서도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실을 청소하거나 과학실, 미술실 등을 사용한 후 뒷정리하도록 교육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청소는 인성교육의 일환’이라는 피진정학교의 주장과 관련해선 “인성교육이 강요나 복종을 요구하는 형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학생들이 이용하는 공간 외 다른 공간을 청소할 땐 학생들의 자발적인 신청과 봉사활동 시간 인정 등의 방법으로 운영하는 게 교육적 측면에서 보다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피진정학교뿐 아니라 일부 학교에서도 관행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교무실 등을 청소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는 우리 사회가 학교라는 공간에서 인성교육을 명분으로 학생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을 당연하거나 어쩔 수 없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의 관행을 돌아보며 학생들에게 인권친화적인 학교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피진정학교와 같이 교직원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을 학생에게 청소시키는 사례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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