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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늦춘 '3분의 기적'…심장이식 기다리던 소방관 살렸다

중앙일보

입력

의학적으로 뇌사자에게 심장을 적출한 후 안전하게 이식하기 위해 지켜야 할 ‘골든 타임’은 4시간이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은 8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탑승객의 도움으로 4번째 심장 이식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은병성모병원 심장이식팀 의료진과 서민환 씨의 모습. 제공 은평성모병원

의학적으로 뇌사자에게 심장을 적출한 후 안전하게 이식하기 위해 지켜야 할 ‘골든 타임’은 4시간이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은 8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탑승객의 도움으로 4번째 심장 이식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은병성모병원 심장이식팀 의료진과 서민환 씨의 모습. 제공 은평성모병원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고 발생 후 수술과 같은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을 ‘골든 타임’이라고 한다. 의학적으로 뇌사자에게 심장을 적출한 후 안전하게 이식하기 위해 지켜야 할 ‘골든 타임’은 4시간이다. 이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출발시간을 늦춘 KTX 덕분에 생명을 얻은 소방관의 사연이 알려졌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은 8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탑승객들의 도움으로 4번째 심장 이식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3일 오후 7시 49분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심장이식 적출팀은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뇌사자의 심장을 적출하는 데 성공했다. 남은 과제는 기증자의 심장을 서울에서 이식 수술을 준비하고 있는 심장이식팀에게 최대한 빨리 전달하는 일이었다.

원래 의료진이 심장 이송을 위해 준비한 교통수단은 ‘헬기’였다. 그러나 수술 당일 저녁 중부지방 기상 악화가 심해져 소방본부가 지원하기로 했던 헬기 운항이 불가능해졌다. 이미 심장은 적출한 상황에서 의료진은 오후 8시 13분 서울역으로 향하는 KTX를 타야 한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병원에서 앰뷸런스를 타고 달려간다 해도 열차 출발시간보다 3분 정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한국철도공사는 의료진의 요청에 탑승객의 양해를 구한 뒤 동대구역 도착 전 KTX 운행 속도를 조절해 3분 늦게 목적지에 들어오도록 시간을 확보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서울역에 도착한 후에도 다시 앰뷸런스에 심장을 빨리 실을 수 있도록 동선을 확보했다. 중앙포토

한국철도공사는 의료진의 요청에 탑승객의 양해를 구한 뒤 동대구역 도착 전 KTX 운행 속도를 조절해 3분 늦게 목적지에 들어오도록 시간을 확보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서울역에 도착한 후에도 다시 앰뷸런스에 심장을 빨리 실을 수 있도록 동선을 확보했다. 중앙포토

만약 8시 13분 출발 열차를 놓친다면 1시간 넘게 도착 시각이 지연될 위기에서 의료진은 한국철도공사에 협조를 요청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의료진의 요청에 탑승객의 양해를 구한 뒤 동대구역 도착 전 KTX 운행 속도를 조절해 3분 늦게 목적지에 들어오도록 시간을 확보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서울역에 도착한 후에도 다시 앰뷸런스에 심장을 빨리 실을 수 있도록 동선을 확보했다.

오후 10시 20분, 뇌사자의 기증 심장이 서울에 있는 심장이식팀에 전달됐다. 대구에서 적출팀이 떠난 지 2시간 30분 만이었다. 이식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는 38세 서민환 씨로 서울 종로소방서에서 근무하는 현직 소방관이었다. 서씨는 지난 2019년 10월 건강검진에서 심전도 이상을 발견해 정밀검사한 결과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았다.

이후 서씨는 약물치료를 이어갔지만 지난해 12월 급격히 상태가 악화해 체외막산소공급(ECMO·에크모) 치료를 받았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은 서씨는 일주일간 중환자실에서 회복한 뒤 일반 병동을 거쳐 건강을 되찾아 지난 5일 수술 20여일 만에 퇴원했다.

한편 소방대원인 서씨의 심장이식 소식을 접한 전국의 소방대원 및 동료들은 수혈에 필요한 헌혈증 500여장을 전달해 서씨의 투병을 도왔다. 서씨는 이렇게 모인 헌혈증을 다른 이식 환자를 위해서도 사용해달라며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에 기증했다. 뉴스1

한편 소방대원인 서씨의 심장이식 소식을 접한 전국의 소방대원 및 동료들은 수혈에 필요한 헌혈증 500여장을 전달해 서씨의 투병을 도왔다. 서씨는 이렇게 모인 헌혈증을 다른 이식 환자를 위해서도 사용해달라며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에 기증했다. 뉴스1

서민환 씨는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치료와 상담, 수술까지 모든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돌봐준 의료진과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많은 분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무엇보다 심장 기증으로 새로운 생명을 나눠주신 기증자의 뜻을 이어받아 소방대원으로서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심장이식 수술을 집도한 장기이식센터 강준규 심장이식팀 교수는 “환자는 일주일 이상 체외막산소공급 치료를 받을 정도로 병세가 악화했지만 세심한 수술 전후 관리를 통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회복을 보였다”며 “의료진은 물론 신속하고 안전하게 뇌사자 심장이 이송될 수 있도록 도와준 한국철도공사에 깊이 감사드리며, 이번 심장이식이 장기 기증 문화 확산과 장기 이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대원인 서씨의 심장이식 소식을 접한 전국의 소방대원 및 동료들은 수혈에 필요한 헌혈증 500여장을 전달해 서씨의 투병을 도왔다. 서씨는 이렇게 모인 헌혈증을 다른 이식 환자를 위해서도 사용해달라며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에 기증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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