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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성윤 유임…‘추미애 시즌 2’ 박범계 검찰 인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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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5일 서울고검 청사에서 만나 검찰 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윤 총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아 형식적 만남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법무부]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5일 서울고검 청사에서 만나 검찰 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윤 총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아 형식적 만남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법무부]

어제 고위급 검찰 인사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임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이 지검장 교체를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검찰 안팎에 파다했는데, 결과는 ‘유임’이었다. 윤 총장 징계 파동 때 법과 규정을 무시하며 추미애 당시 장관의 무리한 총장 찍어내기를 도왔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남부지검장이 됐다. 검사장 자리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호 보직이다. 남부지검은 정·관계 로비 의혹과 얽혀 있는 라임 사건을 맡고 있다. 새 검찰국장에는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이 임명됐다. 그는 박 장관의 고교 후배다.

친정부 검사들의 정권 호위 상황 계속 #윤석열 의견 묵살하는 총장 패싱 여전

윤 총장 측에선 이 지검장이 중앙지검 검사들에 대한 지휘·통솔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 지검장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기소 때는 수사팀의 기소 의견을 묵살해 반발을 샀다. 결국 이 건은 윤 총장이 직접 지휘해 기소가 이뤄졌다. 최근에는 이 지검장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승인하지 않아 검사들이 집단 의사표시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지검장은 기술이 발전해 한 검사장의 스마트폰 잠금장치를 강제로 해제할 수 있을 때까지 처분을 미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하는데, 이런 논리를 따르면 증거를 찾지 못한 모든 수사는 공소시효가 끝날 때까지 계속 검찰이 들고 있어야 한다. 이처럼 황당무계한 주장을 하는 검사장을 검사들이 어떻게 따르겠나. 게다가 이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정황 때문에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 장관이 바뀌고 인사가 났는데도 총장을 제외한 3대 보직인 서울중앙지검장,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자리는 친정부 성향 검사로 평가받는 이들이 모두 차지했다.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경제사범에 대한 수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남부지검의 수장도 친정부 검사로 ‘돌려막기’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주요 수사의 길목을 ‘자기편’ 사람들이 지키게 하는 추 전 장관 식 인사가 고스란히 재연됐다. 이러니 ‘추미애 시즌 2’ 인사라는 말이 나온다.

추 전 장관 시절의 ‘총장 패싱’ 현상도 그대로였다. 박 장관은 윤 총장을 두 차례 만나 의견 청취 형식을 갖췄지만, 요청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검찰총장을 ‘부하’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을 박 장관도 가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추 전 장관에 의해 망가질 대로 망가진 검찰이 박 장관 취임으로 부분적으로나마 정상화 길로 접어들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이 무색해졌다.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신현수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이 총장 무시 인사를 어느 정도 바로잡을 것이라는 기대도 깨졌다. 이대로라면 검찰 개혁은 검찰 개악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