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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무조건 유임” 박범계, 윤석열에 최후통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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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호 05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만나 검찰 인사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법무부]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만나 검찰 인사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법무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5일 윤석열 검찰총장과 만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무조건 유임시키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검찰 안팎에서는 “박 장관이 ‘협의’의 모양새만 갖췄을 뿐, 추미애 전 장관처럼 ‘총장 인사 패싱’을 재현하려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검찰 인사 놓고 2차 협의 #한동훈 지검장 복귀도 불가 통보 #장관·총장 ‘협의’ 모양새만 갖춰 #‘인사 패싱 추미애 시즌 2’ 비판도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윤 총장과 2차 인사 협의를 한 박 장관은 이 지검장을 유임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박 장관이 청와대의 유임 의지를 분명히 전하면서 이 지검장의 고검장 승진으로 타협안을 낼 여지도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지검장은 중앙지검 내에서도 정권 입맛에 맞는 사건만 골라서 기소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중앙지검 고위 간부들이 이 지검장에게 사퇴를 건의하는 등 사실상 ‘집단 항명’사태를 맞기도했다.

최근에는 검찰 수사 선상에도 올랐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안양지청의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를 가로막으려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윤 총장과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수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등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놓고도 자주 이견을 빚어왔다. 윤 총장은 ‘신상필벌’을 간부 인사의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지휘력을 상실한 이 지검장 교체를 요청한 바 있다. 윤 총장은 이날 2차 협의 자리에서도 이 지검장을 유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뜻을 밝혔으나 박 장관은 유임 뜻을 확고히 했다.

이날 서울고검 청사에서 벌어진 인사 협의 과정도 전례와 크게 달랐다고 한다. 통상 장관의 구체적 인사안을 놓고 총장이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이날 협의에선 박 장관이 인사안조차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총장이 개별 인사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셈이다. 박 장관의 이런 태도는 최근 여권 기류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여당 법제사법위원인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라디오에서 “이성윤 검사장을 쫓아내거나 하면 검찰개혁이 후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 장관은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이번 인사에서 일선 지검장으로 복귀해서는 안 된다”는 뜻도 내비쳤다고 한다. 박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도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것이) 맞느냐는 강력한 문제 제기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검사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 대학살 인사’ 때 부산고검 차장으로 발령된 것을 시작으로 ‘검언유착’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지난 한해 3차례 좌천 인사를 겪었다. 중앙지검 수사팀은 한 검사장에 대해 무혐의 처리하자는 결론을 내렸으나 이성윤 지검장 선에서 결재가 가로막혀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오는 검찰 간부 인사에서 일선 지검장으로 복귀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박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궁극적인 (인사) 제청권자는 법무부 장관”이라며 “검찰청법에 ‘의견을 들으라’고 돼 있기 때문에 ‘협의’라는 개념보다 좁게 해석한다”라고 말했다. 검찰총장의 의견을 인사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형식적 ‘청취’만 해도 문제없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박 장관의 국회 발언 등을 종합해보면 실제 인사 내용은 총장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될 공산이 크다”며 “그렇다면 ‘추미애 시즌2’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간부는 “통상 비공개 협의 자리의 사진까지 언론에 공개한 방식 역시 한 편의 잘 짜인 정치쇼”라고 지적했다.

김수민·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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