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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고령자 곧 맞는 아스트라…스위스는 전연령 접종 막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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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정부가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사용 승인을 거부했다. 유럽에서 고령자의 접종을 제한한 국가는 있지만, 모든 연령대의 접종을 막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3일(현지시간) 스위스 정부는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용 승인을 거부했다. [EPA=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스위스 정부는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용 승인을 거부했다. [EPA=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스위스 의약품 규제 당국인 스위스메딕은 성명을 내고 아스트라제네카가 제출한 임상시험 자료로는 사용을 승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료가 불충분해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 품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스위스메딕은 "정확한 평가를 위해 더 많은 임상 자료를 얻어야 하며 이를 위해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종 결정은 아니며 북미와 남미에서 진행 중인 3상 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관련 자료가 제출되면 즉시 검토해 재판단하겠다는 계획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위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530만 회분의 백신을 공급받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사용 승인이 거부되면서 백신 반입과 접종은 보류됐다.

대신 독일 큐어백, 미국 모더나·노바백스 등 다수의 제약사와 추가로 1700만 회분을 계약했다. 현재까지 확보한 백신은 모두 3000만 회분 이상으로 인구 860만 명이 2회 접종을 하고도 남는 충분한 양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65세 이상에겐 무용한 것이나 다름없이 본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65세 이상에겐 무용한 것이나 다름없이 본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앞서 유럽의약품청(EMA)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을 승인했다. 그러나 고령층 접종에 대한 우려는 계속됐다. 임상시험 참가자 중 65세 이상은 9.7%에 불과해 효과와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가 잇따르면서다.

이에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웨덴·폴란드는 65세 이상 고령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하지 말 것을 권고했고, 벨기에는 접종 대상자를 55세 이하로 제한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1000만 명분의 백신을 구매 계약한 한국도 검증단 자문 회의를 열고 백신 허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 첫 번째 회의에서는 자문단 다수가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고 조건부 허가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일 두 번째 자문회의에서 추가 조언을 듣고 결과를 발표한다. 식약처 최종 허가가 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달 말께 공급돼 요양병원·시설 고령자와 종사자 등에게 우선 접종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이 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브리핑룸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검증 자문단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이 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브리핑룸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검증 자문단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1회 접종으로 3개월 동안 76% 효과"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자사의 백신이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스위스의 사용 승인 거부에 대한 성명에서는 "최대한 빨리 새로운 임상 자료를 스위스메딕과 공유해 승인을 받도록 하겠다"면서도 "우리 백신은 이미 50여 개국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임상시험을 이끈 영국 앤드루 폴러드 옥스퍼드대 교수는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65세 이상 무용론'에 반발했다. 그는 "임상시험 데이터는 적지만, 면역 반응 결과는 젊은 층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고령층에서도 훌륭한 면역 반응을 끌어냈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서 한 여성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에서 한 여성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전날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을 공동개발한 옥스퍼드대가 1회 접종만으로도 최장 3개월 동안 76% 효과가 유지됐다는 최신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12주 후 2차 접종 때는 효과가 82.4%로 올라갔으며 접종 간격이 길수록 보호 효과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밝혔다. 폴러드 교수도 "이 결과는 백신의 면역 효과를 다시 한번 검증하는 것"이라며 "접종 간격을 4주에서 12주로 늘린 영국 정부의 지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논문에는 백신이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떨어트려 확산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결과도 포함됐다. 다만 임상시험 참가자가 18~55세 1만7000명으로 표본 크기가 작아 여전히 불완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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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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