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근심 등 마음의 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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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가장 바람직한 건강계획은 무엇일까. 요즘처럼 치열한 경쟁사회에선 운동이나 보약보다 넉넉하고 여유있는 마음이 으뜸이다. 마음의 병이 신체의 병이 되는 심인성 질환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한방에선 마음의 변화를 칠정(七情), 즉 기쁨(喜).분노(怒).근심(憂).생각(思).슬픔(悲).놀람(驚).공포(恐) 등 일곱 가지로 나눈다. 칠정은 심장.간.폐.비.위.담.신장 등 장부와 연계되어 감정이 상하거나 치우치면 해당되는 장기가 상하고, 그 결과 오장육부의 조화가 무너져 질병에 걸린다.

현대인은 칠정 중에서도 특히 분노.근심.생각 때문에 몸을 상한다. 우선 분노는 간을 주관한다. 따라서 화가 치밀면 간이 상한다. 열기가 위로 올라 가슴이 울렁거리고, 호흡이 짧아지면서 숨을 잘 고르지 못한다. 화로부터 간을 보호하려면 불길을 차단해야 한다.

이때 권장되는 것이 레몬차 같은 신맛 나는 음식이다. 간은 신맛을 주관하므로 노기를 다스릴 뿐 아니라 간기능 회복을 돕는다. 지압도 효과가 있다. 엄지와 둘째 발가락 뼈가 만나는 태충혈을 손가락이나 볼펜 등으로 지압해보자.

다음은 근심과 걱정이 지나친 경우다. 근심은 폐를 주관하므로 폐를 비롯한 호흡기계가 나빠진다. 근심과 걱정은 기의 순환을 막는다. 양기가 막히고, 신체의 아래.위가 잘 소통되지 않아 대소변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또 가슴 부위가 답답하고, 밤에 누우면 불안으로 잠을 잘 못 이룬다. 이때는 양쪽 쇄골 사이 움푹 들어간 천돌혈 자리를 손가락으로 지압해보자. 고추전이나 생강차.더덕구이.달래.도라지 무침 등 매운 음식도 우울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생각에 오래 잠기면 기운이 한 곳에 맺혀 비장이 상한다. 비장이 상하면 기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뭉치며, 위장 활동이 떨어져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항상 배가 그득하고, 식사를 하지 못해 사지에 맥이 풀린다.

이때는 엄지와 검지 뼈가 만나 움푹 들어간 합곡혈 또는 오목가슴과 배꼽 중간 지점인 중완혈을 지압해보자. 또 홍시.곶감.식혜.수정과 등 단맛 나는 음식을 섭취한다. 엿기름을 갈아 한 수저씩 물에 타서 복용하거나 누룩을 볶아 반 스푼을 1일 2회 복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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