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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홍남기는 정무직 공직자” 공격, 당정 갈등 폭발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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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일 국회에 출석, 본회의 시작에 앞서 이마를 만지고 있다. 오종택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일 국회에 출석, 본회의 시작에 앞서 이마를 만지고 있다. 오종택 기자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둘러싼 당정 갈등이 격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경질론이 또 나왔다.

1차 재난지원금부터 불협화음 #홍·김태년 1일 당정협의회서 고성 #최고위서 “홍남기 사퇴” 또 경질론 #파장 커지자 “사퇴는 본질 아니다”

이날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국민 고통을 덜어드리고자 당정 협의하겠다는 (당 대표) 연설을 정무직 공직자가 공개 반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행태”라면서 “오늘 회의에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무직 공직자’는 홍 부총리를 가리킨다. 전날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맞춤형 선별 지원과 전국민 보편 지원’ 계획을 밝힌 뒤 홍 부총리가 곧바로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전 국민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을 한꺼번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박한 데 대한 반격이다.

홍 부총리는 그간 여러 차례 민주당과 충돌했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논의되던 지난해 3월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가 언성을 높여 홍 부총리 경질을 거론했다. 지난해 11월엔 홍 부총리가 낸 사표를 문재인 대통령이 반려한 일도 있었다. 경질론 파장이 커지자 민주당은 이날 오후 “사퇴는 본질이 아니다. 재정 확보에 당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본질”(최 대변인)이라며 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홍남기는 한두 번도 아니고 그만둘 때가 됐다”(친문 재선 의원)는 반응이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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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기재부 간 이번 갈등은 지난 1일 비공개 당정 협의회에서 촉발됐다고 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일 오후 갑작스러운 청와대의 요청으로 홍 부총리와 김상조 정책실장 등이 국회로 가 1시간 남짓 회의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영업손실보상제 ▶이익공유제 ▶공매도 금지 연장 ▶4차 재난지원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두고 홍 부총리와 김태년 원내대표 간에 고성이 오갔다는 게 이날 회의 참석 인사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홍 부총리와 김 원내대표가 살벌하게 붙었다”며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협의 때는 종이를 던지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김 원내대표가 거친 말도 서슴지 않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홍 부총리가 다음 날(2일) 올린 페이스북 반박글은 작심하고 준비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홍 부총리는 3일 민주당이 “즉각 사퇴”를 거론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2일) SNS(페이스북)에 드린 말씀은 숙고하고 절제되게, 정중하게 표현하려고 했다”며 “이낙연 대표의 연설은 공직 생활 중 들은 가장 격조 있는 연설이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재난지원금이나 부동산·주식 관련 세제 등을 놓고 벌어진 당정 갈등은 대체로 청와대가 매듭지었다. 그런데 청와대 정책실의 조정자 역할과 관련해 민주당 내 누적된 불만이 감지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요즘 제일 마뜩잖은 건 김상조 정책실장”이라며 “교수 출신 실장이 청와대에 들어가서 기재부 관료들의 데이터나 이론에 압도당한 느낌이다. 기재부에 질질 끌려간다”고 비판했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제부처와 당이 1차, 2차, 3차 재난지원금 (지급) 그때마다 이견들이 있었다”며 “이제 이런 이견들을 조정하고 또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무엇 하나 틀린 말이 없다”(오세훈 전 서울시장), “당연히 선별 지원이 옳다“(유승민 전 의원) 등 홍 부총리를 옹호하는 발언이 많이 나왔다.

심새롬·김효성·김준영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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