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돈 사망률도 쑥...작년 만원권 폐기 23.9%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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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로 인해 훼손된 1만원권과 5만원권 지폐의 모습. 한국은행

습기로 인해 훼손된 1만원권과 5만원권 지폐의 모습. 한국은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폐의 사망률마저 높였다. 감염병 확산 예방 차원에서 손상된 화폐를 적극적으로 폐기하면서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 한은이 폐기한 손상 화폐는 6억4200만장(4조742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손상 화폐는 전년(4억4040만장·4조3540억원)보다 220만장가량 늘며 5만원권 유통이 시작된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손상 화폐는 금융기관 등을 거쳐 한국은행 창구에 환수된 화폐 중 분쇄기로 폐기한 지폐와 동전의 합계다.

코로나19로 만원권 폐기율↑…재유통 깐깐해졌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손상 화폐를 다시 유통시킬 수 있는 기준이 더욱 깐깐해지면서 폐기된 지폐가 늘어났다.사진 pixabay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손상 화폐를 다시 유통시킬 수 있는 기준이 더욱 깐깐해지면서 폐기된 지폐가 늘어났다.사진 pixabay

지난해 사망선고를 가장 많이 받은 화폐는 만원권 지폐다. 4억 760만장이 폐기됐다. 전년(3억2900만장)보다 23.9%나 늘었다. 2007~2008년 유통된 뒤 제 수명을 다한 지폐들이 집을 찾아 돌아오면서다.

돈의 사망률을 높인 건 코로나19다. 화폐를 통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손상 화폐 재유통 기준을 더욱 깐깐하게 잡으며 폐기된 지폐가 늘어났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의 기준에 따르면 다시 시장으로 돌아가 유통됐을 화폐가 감염병 확산 우려로 폐기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손상 정도의 기준이 애매한 화폐들의 재유통 기준이 깐깐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폐 표면에서 오랜 기간 생존한다는 연구가 이어지며 화폐를 통한 감염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메릴랜드 육군 감염병 연구소팀의 논문에 따르면 20달러 지폐 위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은 최대 24시간으로 확인됐다. 냉장고 온도(섭씨 4도)에서는 최대 일주일 이상 생존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오스트레일리아 질병대비센터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폐에서 최장 28일간 살아있는 경우도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5t트럭 114대 분량 폐기...경부고속도로 106회 왕복 길이

지난해 폐기된 지폐를 낱장으로 이으면 8만7967km에 달한다. 경부고속도로 약 106회를 왕복한 수준이다. 사진은 불에 탄 오만원권이 보관된 모습. 한국은행.

지난해 폐기된 지폐를 낱장으로 이으면 8만7967km에 달한다. 경부고속도로 약 106회를 왕복한 수준이다. 사진은 불에 탄 오만원권이 보관된 모습. 한국은행.

지난해 폐기된 지폐는 6억800만장(4조7614억원)으로 5t 트럭 기준 114대 분량이다. 전체 분량을 낱장으로 이으면 8만7967km에 달한다. 경부고속도로 약 106회를 왕복한 수준이다. 권종별로는 만원권(4억 760만장·67%), 1000원권(1억6800만장·27.6%), 5000원권(2500만장·4.1%), 5만원권(780만장·1.3%) 순으로 많이 폐기됐다. 동전은 3400만장(30억원)이 수명을 다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정한 기준에 따라 교환된 손상 화폐는 총 4720만장(106억9000만원)이다. 이 중 지폐는 16만7400장(39억5000만원)이다. 5만원권(6만9000장·41.8%) 교환이 지난해보다 55.4% 늘어나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만원권(5만4900장·32.8%), 1000원권(3만8100장·22.8%), 5000원권(4400장·2.6%)이 뒤를 이었다.

지폐가 손상된 이유는 장판 밑에 지폐를 보관해 눌렸거나, 습기 의한 부패 등 부적절한 보관(8만6700장)이 가장 많으며, 화재(5만7700장), 취급 부주의(2만3000장) 등으로 손상이 발생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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