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학년때 수포자 된다는데" 초1~2만 매일 등교에 불안한 학부모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다. 뉴스1

“1~2학년만 학력 격차가 생기나요.”

올해 초3에 올라가는 딸을 키우는 김모(38‧서울 송파구)씨는 교육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초1~2 매일 등교 방침이 불만이다. 초등 3학년이 고학년이 되기 전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는데, 매일 등교 대상이 초등 1~2학년으로 결정돼서다. 김씨는 “초3 때는 국어‧수학 외에 사회‧과학‧영어 교과목이 늘어나고 학습 내용이 갑자기 어려워진다”며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초3때 분수를 배우며 생긴다는 말도 있는데, 원격수업에서 제대로 배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기초 학력 보장을 위해 정부가 3월부터 유치원과 초등 1~2학년의 등교수업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학력 격차에 대한 학부모 불안감은 여전하다. 특히 정부의 학력 격차 해소 방안이 초등 저학년에만 집중돼 있어 고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를 중심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학습 결손 문제는 모든 학년에 공통으로 해당하기 때문이다.

원격수업 질 높여야 학력격차 해소 

학부모들은 질 낮은 원격수업이 학력격차의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지 않은 채 등교 횟수만 늘려선 학습 결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초3 아들을 키우는 이모(39‧서울 은평구)씨는 “지난 1년간 쌍방향 수업이 이뤄진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지난해 같은 상황이 반복될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초4 딸을 키우는 또 다른 학부모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학교에서 뭔가를 배우는 건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며 “부족한 부분은 사교육으로 메워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28일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며 선생님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며 선생님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뉴스1

교육계에서는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고 학력 격차를 줄이려는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현재 정부 방침은 개학만 예정대로 한다는 것 외에 눈에 띄는 게 없다”며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사 대상 영상 편집 연수도 늘려서 교사가 방역과 학습 두 마리 토끼를 잡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등 1~2 학부모 등교선택권 줘야 

매일 등교가 결정된 초1~2 학부모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이 매일 학교에 가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서다. 초등 2학년 딸을 키우는 김모(39‧서울 은평구)씨는 “직장에 다니지 않아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감염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초1~2 등교는 부모가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온‧오프라인 동시 수업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교에서 이뤄지는 수업을 집에서도 똑같이 들을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교육청은 현재 초등학교 ‘교외체험학습’ 허용일을 지난해 34일에서 올해 57일(법정 수업일 190일)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교외체험학습은 학생이 여행이나 친지 방문, 박물관 체험활동 등을 할 경우 사전계획서를 내고 출석을 인정받는 제도인데, 정부는 지난해 5월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경계 단계일 때는 가정학습도 체험학습 인정 사유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교외체험학습 허용일이 57일로 늘면 1~2학년은 최대 5월 21일까지는 가정학습만으로도 출석이 허용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2021학년도 학사운영방안을 이번 주 내로 마련해 학교에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