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는 데만 400년…마스크 쓰레기, 여의도 17번 덮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1.02.03 05:00

업데이트 2021.02.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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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앞둔 지난해 11월 26일 부산 남구 분포고등학교 교실에서 업체 관계자들이 반투명 아크릴 재질의 가림막을 책상에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앞둔 지난해 11월 26일 부산 남구 분포고등학교 교실에서 업체 관계자들이 반투명 아크릴 재질의 가림막을 책상에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결국 다 버렸죠.”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사용된 ‘아크릴 가림막’의 재사용 여부에 대한 서울 종로구의 A고교 관계자의 답변이다. 그는 “재사용하려고 수능 가림막을 책상에서 떼니까 다 깨졌다”면서 “결국 업체를 불러서 다 버렸다”고 말했다.

예고된 역습, '코로나 트래시' <상>

아크릴 가림막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치러진 수능시험 관리의 숨통을 틔워준 해법이었다. 교육부는 80억원을 들여 가림막을 설치했다. 무게로는 570t, 면적으로 약 13만5000㎡로 축구경기장(국제규격 7140㎡)의 18배였다. 정부는 아크릴 가림막이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재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A고교의 경우 380여개의 수능 가림막은 모두 쓰레기가 됐다. 이 학교의 경우 약 600만 원어치다. 학교 관계자는 “수능 이후 학교에서 토익시험이 치러져 책상을 치워주기 위해 가림막을 떼어내려 했다”며 “접착식으로 붙인 가림막을 책상에 탈부착하기가 불가능해서 결국 쓰레기 업체를 불러 일반쓰레기와 함께 처리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트래쉬 얼마나 늘어났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 트래쉬 얼마나 늘어났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수능 가림막처럼 언젠가 걱정거리로 되돌아올 것을 대부분 시민이 알았던, 예상했던 역습이 시작됐다. 이른바 ‘코로나 트래시(trashㆍ쓰레기)’다. 방역용품들은 신종 쓰레기로 되돌아오고 있다. 수능 시험장과 식당에서 비말을 차단하는 플라스틱 가림막, 건물 엘리베이터의 향균 필름, 그리고 코로나19 시대의 생활필수품 마스크 등이 그렇다. 집합금지와 출입제한의 당연한 결과인 배달음식 포장과 음식쓰레기는 ‘코로나 트래시’의 선두주자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배달은 2019년 동기대비 76.8% 늘었다. 택배 증가율은 20.2%가량 증가했고, 플라스틱 폐기물 증가율은 13.7%다.  2020년 상반기 생활쓰레기 발생량은 11.2% 는 일평균 5439t이었다.

지난해 생산 마스크 여의도 17배 덮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른 배달·포장 등을 하는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플라스틱 등 일회용 용기의 배출이 급증했다. 경기도 용인시의 한 재활용센터에 압축 페트가 쌓여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른 배달·포장 등을 하는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플라스틱 등 일회용 용기의 배출이 급증했다. 경기도 용인시의 한 재활용센터에 압축 페트가 쌓여 있다. 뉴스1

‘코로나 트래시’는 땅에 묻거나 태워서 끝날 문제는 아니다. 플라스틱 음식 포장은 묻어도 500년 동안 썩지 않는다. 플라스틱류인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든 일회용 마스크는 썩는 데 400년 넘게 걸린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마스크 생산량은 16억7463만장. 성인마스크 크기(20cm*15cm, 300㎠)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여의도(2.9㎢)의 17배 면적에 달하는 생산량이다. 지난해 마스크 국내 사용량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취재진이 환경부에 사용량을 문의했더니 폐마스크는 의료폐기물과 합산해 집계돼 “지난해 사용량에 대한 정확한 집계는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마스크·가림막 얼마나 생산했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마스크·가림막 얼마나 생산했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폐마스크는 소각 과정에서 다이옥신과 같은 유해물질을 배출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소각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하면 바다로 흘러가기도 한다. 홍콩 해양 환경단체 오션스 아시아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해 바다로 흘러 들어간 일회용 폐마스크를 15억6000만개로 추산했다. 마스크는 다시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해양동물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고 있다. 마스크의 끈에 바다 생물이 피해를 본다는 소식에 끈을 자르고 버리자는 캠페인도 벌어졌다. 직장인 이수진(28)씨는 “인터넷에서 폐마스크에 발이 걸린 갈매기의 사진을 봤다”며 “그 이후로 꼭 마스크 끈을 자른 뒤에 종량제 봉투에 버린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서울·경기·인천권 학교에서 수거된 수능용 가림막 5000여개의 모습. 이날 수거된 가림막은 아크릴 재활용을 위해 코팅된 비닐막을 벗겨내고 파쇄과정을 거쳤다. 최연수기자

지난달 29일 서울·경기·인천권 학교에서 수거된 수능용 가림막 5000여개의 모습. 이날 수거된 가림막은 아크릴 재활용을 위해 코팅된 비닐막을 벗겨내고 파쇄과정을 거쳤다. 최연수기자

재사용을 공언한 수능용 가림막은 재활용조차 어려워 보인다. 생산과정부터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합 재질에 반투명 코팅까지 돼 있어서 재활용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육부는 부정행위 방지와 시험 감독을 위해 반투명으로 가림막을 제작하고도 재사용 또는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셈이다.

가림막을 재활용하려면 재활용업체는 두배의 노동력을 투입해야 한다. 코팅을 벗긴 뒤에 아크릴 가림막을 분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환경단체가 제기한 비용과 효용 문제는 정부의 ‘재사용 방침’ 앞에 묻혔다.

50만개 가림막 중 10만개를 재활용하기로 한 환경부는 “교육부에서 40만개를 담당해 재사용을 원하는 학교들을 관리하고 재사용하지 않을 경우 환경부에서 재활용 처리로 넘길 예정”이라고 했다. 재사용은 탈부착의 어려움이, 재활용에는 코팅의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은 관심 밖이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서울·경기·인천권에서 재활용을 위해 우선적으로 회수된 가림막은 5t(전체 570t의 약 0.8%)가량”이라며 “훨씬 더 많은 양이 회수될 걸로 생각하고 가림막을 분쇄해 수출할 계획을 세웠다가 국내에서 재활용하기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매립지 줄고 처리단가 높아져

지난달 20일 오후 4시 45분, 퇴근까지 1시간 15분이 남았지만 이날 안양시 공동주택에서 수거해 온 플라스틱 쓰레기는 여전히 산더미였다. 정희윤 기자

지난달 20일 오후 4시 45분, 퇴근까지 1시간 15분이 남았지만 이날 안양시 공동주택에서 수거해 온 플라스틱 쓰레기는 여전히 산더미였다. 정희윤 기자

코로나 트래시는 폐기물 업체에도 악재가 되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플라스틱 재활용의 수익성이 떨어졌다. 또, 매립할 곳은 주는데 폐기물 증가 속도가 늘어나자 처리 단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트래시’의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정부가 재활용 잘되는 재질로 제품 용기 등을 만들도록 기업에 세제 등의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긴밀한 소통이 없으면 수능용 가림막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소비자의 관심을 활용한 대안도 제시된다. 국내 최대 배달 애플리케이션인 배달의민족은 2019년 4월부터 ‘일회용품 안 받을게요’라는 옵션을 도입해 지난해 1억 건이 넘는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 전체 주문의 10%가 넘는 수준이다. 배민 측은 “일회용품 제외 주문 수가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플라스틱 함량을 낮춘 친환경 용기, 용기 재활용률 높이기 등의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간 쓰레기 연구소인 쓰레기센터의 이동학 센터장은 “친환경을 위해 일회용 경제가 다회용 경제로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문희·최연수·정희윤·함민정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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