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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아웅산 수지..민주투쟁 승리가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쿠데타로 또 연금된 수지..'저항'호소하며 다시 민주화투쟁 #수지의 총선압승에 위기 느낀 군부의 반격..성공하기 어렵다

2일 태국의 수도 방콕에 있는 UN빌딩 앞에서 미얀마의 수지 국가고문(가운데 사진) 석방을 촉구하는 승려들이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태국의 수도 방콕에 있는 UN빌딩 앞에서 미얀마의 수지 국가고문(가운데 사진) 석방을 촉구하는 승려들이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1.
아웅산 수지(75)가 1일 군부쿠데타로 다시 연금됐다는 뉴스에 마음이 짠합니다.

1일은 수지가 이끄는 문민정부 2기가 출범하는 날이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개원을 위해 행정수도 네피도에 모였습니다. 새벽에 군인들이 들이닥쳐 다 잡아갔습니다.
수지는 ‘쿠데타를 인정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날렸습니다.

2.
마음이 짠한 것은 수지가 그동안 받아온 비난이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수지는 2017년 군부의 소수민족(로힝야) 학살에 사실상 동조했습니다.
2019년 국제사법재판소에 출석해 로힝야 학살에 대해‘부적절한 무력을 사용했지만, 학살의도 입증할 근거가 없다’라며 군부를 옹호했습니다.
그러자 ‘아시아의 수치’라는 등 비난이 쏟아지면서 ‘노벨평화상 회수’청원까지 벌어졌습니다.

3.
미얀마는 60년 군부통치 국가입니다.

문민정부가 들어선지 5년 지났지만 아직 미얀마는 군부가 만든 ‘2008년 헌법’체제입니다. 헌법엔 군부통치 안전장치를 심어놓았습니다.

‘상하원 의석 25%는 무조건 군인 몫’

25%가 중요한 것은 개헌선이 75%이기 때문입니다. 군부 동의 없이 헌법을 바꿀 수 없습니다.
군부는 부통령과 국내외 무력담당 3개 장관을 지명합니다. 경제도 군부와 연관된 기업들이 좌우합니다.

4.
이런 상황에서 수지는 군부와 타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제사법재판소 발언은 군부와의 타협인 동시에 2020년 총선용 발언이기도 합니다. 군부와 불편한 동거를 하면서 국내지지 기반을 넓혔습니다.
불편한 진실이지만..불교도인 대다수 국민들은 이슬람인 로힝야의 독립운동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은인자중한 결과가 지난 총선의 압승입니다.
문민1기 때보다 더 많은 의석(군부몫을 제외한 의석의 80%)을 장악했습니다.

5.
총선 압승은 결국 군부 쿠데타를 불러왔습니다.

아슬아슬한 군부와의 동거가 파탄 났습니다. 온갖 수모를 견뎌온 수지는 다시 연금상태에서‘저항’을 호소하는 민주투사가 되었습니다.

수지의 변절을 욕하던 여론(특히 서방언론)이 다시 지지를 외치고 있습니다. 미얀마의 살벌한 정치실상과 수지의 깊은 뜻을 이제야 깨달았나 봅니다.

6.
결국 승리는 수지 편이라 생각됩니다.

그 근거는 첫째, 이번 쿠데타는 총사령관 흘라잉(65)의 개인적 불안 탓이 큽니다.
그는 원래 2016년 60세 정년퇴임이었습니다. 억지로 정년을 5년 연장, 올 여름 정년퇴임을 약속했습니다.

그 사이 로힝야 학살이 벌어졌습니다. 흘라잉은 불안해 자리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겁니다. 수지가 보호해주지 않을 것임을 압니다.

그래서 군부 내에서도 흘라잉의 무리수에 대한 반감이 꽤 있다고 합니다.

7.
둘째. 지난 10년간 미얀마가 너무나 달라졌습니다.

미얀마가 극빈 국가가 된 것은 군부독재와 친중국 정책을 견제하는 미국의 오랜 제재 탓이 큽니다.
미국의 제재가 2010년 수지에 대한 가택연금이 풀리면서 함께 풀렸습니다. 수지의 15년 투쟁의 성과입니다.

덕분에 미얀마는 경제적으로 급발전, 사회적으로 급변화 중입니다. 1962년과 1989년 쿠데타처럼 성공할 수 없습니다.

8.
미얀마 군부독재가 지금까지 계속될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는 불교라 생각합니다.

미얀마 남성은 누구나 젊은 시절 출가수행합니다. 모든 국민이 독실합니다.
불교라는 종교의 특성상 타 종교보다 숙명론적입니다. 한마디로 착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큰 눈을 보면 짠합니다.

수지의 투쟁이 종착역으로 향하는 느낌입니다.
피의 희생이 더 없길 바랍니다.

〈칼럼니스트〉
2021.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