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ㆍ2차 판문점 정상회담 사이에 등장한 '북원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삭제한 자료 중 북한 관련 문건의 작성 시점(추정)과 남북 정상회담 시기를 겹치면서 나오는 일지다.
검찰이 포렌식 기법으로 복구한 산자부 공무원의 북한 관련 삭제 자료에 따르면 파일명에는 연ㆍ월ㆍ일로 추정되는 숫자가 등장한다. ‘2018년 5월 2일을 뜻하는 ‘2018.05.02’와 ‘180502’ 식이다. 전직 정부 당국자는 “정부에서 통상 문건을 작성할 때 날짜별로 버전을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문서 작성 날짜를 파일명에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며 “산자부 문건 역시 문서 작성 날짜로 추정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산자부 직원 삭제한 파일명에 날짜 추정 숫자 #남북 정상회담 직후 2018년 5월초~중순 집중
이런 식으로 파일명에 숫자가 붙은 북한 관련 문건은 6건이다. 2018년 5월 2일을 연상시키는 파일이 4건, 14일과 15일 각각 1건이다. 파일명 앞에 ‘180502’라고 붙은 4건의 문건은 에너지분야(원자력) 남북경협전문가 리스트(압축본과 압축 풀이본 각 1건)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관련 업무경험자 명단, 그리고 남북한관련과제목록을 포함한 ‘이력서’ 등이다. ‘이력서’라는 표현이 담긴 파일명에는 한국전기연구원을 추정케하는 ‘전기연’이 표시돼 있다.
복구된 파일중 표지, 경수로 백서, 부록 등의 파일에는 날짜 표시가 없다. ‘180514_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_v1.1’과 ‘180515_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_v1.2’으로 제목이 붙여진 파일은 산자부 공무원이 삭제한 걸 검찰이 복구했다. 이 역시 각각 2018년 5월 14일과 15일 작성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두 개의 파일은 ‘북한 원자력 추진’의 줄임말로 보이는 ‘북원추’라는 폴더에 담겼다. 나머지 파일들은 ‘전문가’, ‘참고자료’ 등 별도 폴더에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파일명에 붙은 숫자가 작성 날짜일 경우 산자부는 1ㆍ2차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사이에 집중적으로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을 생산한 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이어 다음달 26일엔 북ㆍ미 정상회담(6월 12일 싱가포르)을 앞둔 김 위원장의 제의로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두 정상이 만났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진행되고 있어 못 조각 하나를 북한에 보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직접 송전이라면 모를까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계획은 캠프 때도 정권 출범 이후에도 없었다”며 “정상회담이 한창이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고 대북제재가 해제되는 걸 가정해 산자부 차원에서 구상했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