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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구당 1명' 코로나 검사 행정명령…"기본권 침해" 반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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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9일 광주시 동구에 있는 한 교회 교인과 가족 등 14명이 코로나19에 집단 확진돼 교회가 폐쇄됐다. 광주시는 30일부터 지역 내 모든 교회에 대한 대면예배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프리랜서 장정필

29일 광주시 동구에 있는 한 교회 교인과 가족 등 14명이 코로나19에 집단 확진돼 교회가 폐쇄됐다. 광주시는 30일부터 지역 내 모든 교회에 대한 대면예배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프리랜서 장정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자체에서 잇따라 행정명령을 내리고 있다. ‘한 집당 한 명 이상’ 전수조사를 해야 하는 행정명령이 있는가 하면 노래연습장 종사자와 방문객이 반드시 전수조사를 받도록 한 행정명령도 있다.

 경북 포항시는 전국 최초로 ‘한 집당 한 명 이상’ 전수조사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지난 25일 내렸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역 내 ‘n차(연쇄) 감염’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선제적·공격적 검사 없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해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행정명령에 따라 동(洞) 지역 전역과 연일·흥해읍 가구당 1명 이상은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하며, 전파력이 높은 20·30대가 우선 대상자이다. 북구와 남구로 나눠진 포항은 4개읍, 10개면, 15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검사 대상 세대는 지난달 기준 15개 동 14만5420세대와 연일·흥해읍 2만9713세대를 합쳐 모두 17만5133세대다. 당초 검사 기한은 31일까지였지만 다음달 4일까지 연장했다.

 대구 노래연습장 도우미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으로 방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21일 오후 수성구청 관계자들이 관내 노래연습장에 집합금지 행정명령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뉴스1

대구 노래연습장 도우미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으로 방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21일 오후 수성구청 관계자들이 관내 노래연습장에 집합금지 행정명령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뉴스1

 대구시는 앞서 지난 21일 도우미가 방문한 노래연습장을 다녀간 이들에 대해 31일까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행정명령 위반 시에는 고발과 구상권 청구 등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 28일까지 종사자 556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대구시는 지난 18일 유흥주점, 단란주점 1762곳에 대해, 21일부터는 동전노래연습장을 제외한 노래연습장 1602곳에 대해 31일까지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밖에 광주광역시는 30일 모든 교회에 대해 대면 예배 전면 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광주TCS국제학교와 안디옥교회 등 교회 관련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면서다. 또 지난 4일에는 전남 순천시가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식당에서 주류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한 일명 ‘낮술 금지’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 행정명령은 4일부터 11일까지 유지됐었다.

 일부 인권단체들은 각 지자체의 잇따른 조치를 ‘행정명령 남발’로 규정하고, 보다 명확하고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인권운동연대와 인권실천시민행동, 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인권위원회 등 인권단체들은 27일 성명을 내고 “시민의 인권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지자체의 행정명령 남발을 규탄한다”고 했다.

 이들은 “최근 지자체의 행정명령 남용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생활방역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지자체의 행정명령은 시민의 삶에 깊숙하게 개입돼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자체의 행정명령은 충분히 심사숙고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북 포항시가 전 시민 가구당 1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내린 둘째날인 27일 오후 시청앞 임시선별진료소에 수백명이 시민들이 줄지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경북 포항시가 전 시민 가구당 1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내린 둘째날인 27일 오후 시청앞 임시선별진료소에 수백명이 시민들이 줄지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또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행정명령은 시민의 인권과 기본권의 침해가 돼 시민의 존엄성을 국가와 정부가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헌법정신에도 정면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지자체의 행정명령은 그 판단이 자의적일 가능성이 있으며, 시민의 기본권과 인권에 대한 존중보다는 행정편의주의적 접근에 입각해 행정명령을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지자체의 행정명령이 지역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택한 선택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한 집당 한 명 이상’ 전수조사를 시행 중인 포항시 관계자는 “강추위에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에 불만의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전수조사로 무증상 확진자 25명(30일 기준)이 확인됐다”며 “아직 참여하지 못한 시민은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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