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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버티면 장관되는 나라…박범계는 야당 패싱 27호

중앙일보

입력

이거 뻥입니다.

“5대 비리를 비롯한 중대 비리자들의 고위 공직 임용 배제 원칙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와 깨끗한 공직 문화를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나치게 이상적인 공약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 2017년 5월 29일 수석보좌관회의

박범계 후보의 인사청문회는 ‘맹탕·부실 이벤트’였습니다. ‘패스트 트랙 사건’으로 검찰 수사 대상이고, 재산신고 누락과 허위거래 의혹, 고시생 폭행 시비 등 부적격 사유가 산더밉니다. 그러나 핵심 증인도, 참고인도 없었습니다. 여당이 거부했기 때문이죠.

더 큰 문제는 하루만 잘 버티면 된다는 집권세력의 인식입니다. ‘모르쇠’로 일관하다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이기 때문이죠. 앞서 추미애, 조국 법무장관 모두 같은 패턴이었습니다. 이럴 거면 7대 원칙은 뭣 하러 만든 건가요.

유명무실 인사원칙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약속한 인사 기준 5가지를 7개로 확대했습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은 오히려 후퇴했죠. 위장전입의 경우. 부동산 투기나 자녀 학교 배정 등을 이유로, 그것도 2차례 이상일 때만 한정했습니다. 한번쯤은 봐주겠다는 이야기죠. 실제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딸의 초등학교 입학때문에 위장전입 했습니다. 1996년 북아현동에서 정동 3번지로 주소를 옮겼는데, 이곳은 성당 건물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딸 친구 아버지의 사택'이란 설명을 덧붙였죠.

“국민 여러분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아프게 받아들이고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덕수초등학교는 그런 명문 초등학교가 아니었고요” - 유은혜 교육부 장관. 2018년 10월 4일 국회 대정부질문

논란이 되자 이상한 변명도 내놨습니다. 친한 친구와 같은 학교에 보내려는 목적이었다. 민주화 운동 하느라 사회적 지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일과 가정을 함께 꾸렸다는 것입니다. 모든 부모는 자기 자녀가 친한 친구들과 함께 진학하길 희망합니다. 다수 부모가 일과 가정을 함께 꾸리지만, 국민들은 위장전입을 꿈도 꾸지 않습니다. 명백한 잘못이기 때문이죠.

누더기가 돼버린 기준 

작년 8월에는 청와대 수석 2명과 차관 9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1주택자라는 비공식 기준도 추가됐습니다. 부동산값이 폭등하면서 국민 여론이 들끓었고, 청와대 수석들이 집을 팔지 않으며 논란이 됐기 때문이죠.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이용구 법무차관은 강남 다주택자입니다. 그러나 전임 고기영 차관이 윤석열 총장 징계를 반대하며 사퇴한지 이틀 만에 곧바로 임명됐죠. 그래서 윤 총장 징계를 위한 졸속 인사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입각한 국회의원은 18명입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 10명, 박근혜 정부 11명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의원내각제를 하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자료 제출도 안하고, 증인 출석도 거부하는 지금의 청문회는 있으나 마납니다. 야당이 아무리 반대해도 어차피 임명을 강행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청문회는 검증도 제대로 못하고 큰소리만 오간 싸움판이었습니다. 이럴 거면 청문회는 도대체 왜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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