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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총리 "LG·SK 3년째 배터리 소송, 남 좋은 일만 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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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28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배터리 분쟁' 중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빨리 해결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28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배터리 분쟁' 중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빨리 해결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분쟁에 대해 "양사가 빨리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정 총리는 28일 서울 대한민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LG와 SK 간 소송에 정부가 직접 나설 의향이 있는지" 묻자 이같이 답했다.

정 총리는 "LG와 SK가 3년째 소송 중인데, 소송비용이 수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경제적인 것뿐 아니라 양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며 "남이 누군지는 거론하지 않더라도 다 알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한국과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중국·일본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중·일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삼분할하고 있다.

정 총리는 이어 "미국 정치권도 '제발 나서서 빨리 해결하라'고 한다"며 "내가 양사 최고 책임자를 만나 '낯부끄럽지 않나, 국민에게 걱정을 이렇게 끼쳐도 되냐'고 했다"고 말했다. 또 "서로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고, 세계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2019년부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배터리 영업비밀 특허 침해를 두고 다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LG 출신 직원을 데려가며 자사가 확보한 기술을 빼갔다고 소송을 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자발적인 이직으로 기술 유출이 없었다며 맞소송을 냈다. 앞서 지난해 2월 ITC는 예비판결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으나, SK이노베이션이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최종 판결은 다음 달 10일 나온다.

정 총리 발언 후 LG에너지솔루션은 "(ITC의) 최종판결 이전에 합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원만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다만 최근까지 SK이노베이션의 제안이 협상 의지가 전혀 없는 상황인데 논의할만한 제안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 이름의 입장 문을 냈다. 지 대표는 "지금까지 모든 소송 과정에 성실하게 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원만하게 해결을 하지 못해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며 "국무총리의 우려 표시는 이 같은 국민적인 바람이라고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적 우려를 인식해 분쟁 상대방과 협력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할 것"이라며 "K 배터리가 국가 경제와 산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정 총리 발언 이전에도 최종 판결에 앞서 '합의 가능성 여지는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합의금 규모를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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