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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마음 안 들어” “오만하다” 쓴소리 쏟아낸 野 원로들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70일 앞둔 27일,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중량급 원외 인사들이 당을 향해 일제히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에 대해 "국민 기대에 합당하지 않다는 평이 많다"고 지적했다. 중앙포토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에 대해 "국민 기대에 합당하지 않다는 평이 많다"고 지적했다. 중앙포토

옛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상임고문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서울·부산시장 선거 예비경선 후보 14명을 추린데 대해 “국민의 기대에는 그렇게 합당하지 않다는 평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상임고문은 “박원순 전 시장 집권으로 서울시 구석구석에 생긴 적폐가 ‘시장 한번 해보겠다’는 의욕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며 “우리 후보들의 의욕은 대단하지만, 국민의 눈으로 볼 때는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를 맡기기에는 좀 부족하다”고 말했다.

유력 주자로 꼽히는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해선 “이미 여론에 의해 정치적 평가를 받은 사람들”이라며 “등산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 등 시중의 여론을 들어보면, 그렇게 썩…(만족해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야권 단일화를 놓고는 “(국민의힘이 경선 일정을 시작한 이상) 우리 당 후보부터 뽑는 것은 맞다”면서도 “(지난 19일) 안 대표가 당적에 상관없이 한 번에 경선하자고 했을 때 마땅히 (제안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 상임고문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겨냥해선 “서울에서 당 지지율이 오르자 ‘3자가 붙어도 국민의힘 후보가 되지 않느냐’는 헛꿈을 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포포럼 공동대표(왼쪽)를 맡고 있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1일 마포포럼 세미나에서 "당 지지율이 조금 오른다고 당이 오만해졌다" 경고했다. 중앙포토

마포포럼 공동대표(왼쪽)를 맡고 있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1일 마포포럼 세미나에서 "당 지지율이 조금 오른다고 당이 오만해졌다" 경고했다. 중앙포토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주춤하더라도 집권 여당은 집권 여당”이라며 “당의 사활이 걸린 보궐선거를 앞두고 방심하는 기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1일 ‘더 좋은 세상으로(일명 마포포럼)’ 세미나에선 당 지도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냈다. 김 전 대표는 “우리 당 지지율이 조금 오르고 민주당 지지율이 빠진다고 오만해져서, 3자 대결을 이긴다고 하는데, 더는 이런 말이 나와선 안 된다”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대선도 안 된다. 야권 단일화가 제1의 가치가 돼야 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김 전 대표는 당시 강연자로 나선 나 전 의원에게는 “우리 후보끼리 디스(공격)하고 비방하면, 국민이 짜증 낸다. 상대 후보를 비방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의향이 있느냐”고 몰아붙였다. 당시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이 출마 뒤 신경전을 벌인 걸 겨냥한 발언이었다. 마포포럼 관계자는 “서울시장은 떼 놓은 당상이라고 보는 당 내부의 잘못된 인식에 대해 김 전 대표가 경고성 멘트를 날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보궐선거를 앞두고 낙관론에 취해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뉴스1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보궐선거를 앞두고 낙관론에 취해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뉴스1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는 “서울·부산시장 선거 모두 만만한 선거가 아닌데, 당이 위험한 낙관론에 취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부동산값 폭등, 자영업자 문제가 서울시의 핵심 현안인데 후보들은 단편적인 주택 공급 공약이나 정권 비판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후보 공약을 뒷받침할 당 차원의 정책 대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 지지율 상승세는 정권 실책으로 인한 반사 이익인 측면이 강하고, 선거 막판에 신기루처럼 흩어질 수도 있는 것”이라며 “당이 좀 더 절박하게 보궐선거에 임해야 대선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를 두 달 앞두고 쏟아진 당 원로들의 냉담한 평가에 대해 당 안팎에선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는 보궐 선거 판세가 요동친다는 위기감의 발로”라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부산 지역 당 지지율이 민주당에 밀렸다는 결과가 나오는 데다,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도 소강상태에 이르자 당내에는 “자칫 서울·부산시장 모두 여당에 내줄 수 있다”(국민의힘 3선 의원)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일각에선 4월 7일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의 ‘포스트 김종인’ 체제를 염두에 두고 발언권을 키우려는 당 원로들의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민의힘 “선거 쉽게 안 봐…우리 후보 내는 게 도리”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신년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에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국민의힘이 재집권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신년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에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국민의힘이 재집권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종택 기자

이런 비판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로들의 지적은 무겁게 받아들이지만, 당은 보궐선거를 절대 쉽게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3자대결 발언은 당의 자신감 표출일 뿐,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당 입장에서는 국민의힘 인사를 최종 후보로 내는 게 당원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단일화가 늦어진다는 안 대표의 주장에 대해 “일주일 정도면 단일 후보를 만들 수 있다”며 “너무나 서울시장 후보가 된다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안 대표)이 몸이 달아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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