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흡연은 친구" 100만명 조사서 확인

중앙일보

입력

연세대 보건대학원의 이번 조사는 한국인이 자주 걸리는 암의 주원인이 흡연 때문이라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조사에는 현재 흡연자 뿐아니라 담배를 피우다 끊은 사람도 비흡연자보다 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꽤 높은 것으로 나왔다.담배를 빨리 끊으면 끊을수록 암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1백만명이 넘는 모집단을 대상으로 10년간의 암 발생과 사망을 추적한 것으로 국내 뿐아니라 아시아 권에서도 이 정도로 방대하게 조사를 한 적이 없다.

◇ 거의 모든 암 사망률 높아

남자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암으로 사망한 비율을 비교(Relative Risk)한 결과 신장암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암에서 흡연자가 높게 나왔다.흡연자는 평균 19.1년간 하루에 15개피 가량의 담배를 피운다.

후두-폐-식도-방광-위암 순으로 높았다.이밖에 담관(膽管)암은 1.5배,췌장암은 1.4배,백혈병 1.3배,갑상선과 간암은 1.2배,대장암과 뇌암은 1.1배였다.

여자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이 2.5배,자궁경부암 1.7배,췌장암 1.2배 높게 나왔다.여자의 흡연량이 적고 시작 시기가 남자에 비해 늦기 때문에 남자에 비해 낮았다.

담배를 끊은 남자(평균 흡연기간 13.3년)도 마찬가지였다.비흡연자에 비해 후두암은 3.6배,폐암은 2.2배,식도암은 1.9배,방광암은 1.6배,위암은 1.4배 높았다.

◇ 오래 많이 피우면 더 위험

흡연 남성이 암에 걸릴 가능성도 사망확률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후두암이 5.4배로 가장 높았고 폐암이 4배,식도암이 3.1배,방광암이 2배 높았다.

여자 흡연자도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은 2.2배,자궁경부암은 1.2배 높았다.

폐암의 경우 흡연량과 기간에 따라 사망 확률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19.1년간 하루에 15개피를 피운 남자는 사망확률이 4.6배였지만 30년 간 하루에 10 ̄19개피를 피우면 5.5배로,한 갑 이상 피우면 8.6배로 껑충 뛰어 올랐다.반면 10 ̄19개피를 1 ̄9년 피우면 2.9배로 떨어졌다.

◇ 20년 후가 더 위험

우리나라 남자 흡연자의 폐암 사망 위험도(4.6배)는 일본(4.5배)이나 홍콩(4.99배)과 비슷하지만 중국(3.01배)에 비해 높은 편이다.하지만 미국(20.3배)이나 영국(14.9배)에 비하면 매우 낮다.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흡연 시작 연령이 점점 낮아지기 때문이다.흡연 시작연령이 종전에 25세 안팎에서 최근에는 15세 전후로 낮아지고 있고 흡연량도 증가하고 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는 "2025년께는 폐암으로 사망할 위험도가 10배를 넘어서면서 인구 10만명당 연간 폐암 사망자가 35명에서 70명으로 올라갈 것"이라면서 "현재 30대부터가 그 대상에 들게 된다"고 말했다.

◇ 어떻게 조사했나

1992년 현재 공무원.교직원 의료보험조합 가입자 중 보험을 사용한 적이 있는 1백21만2천9백6명을 2001년까지 10년간 추적 조사했다.이들을 흡연자,비흡연자,담배를 끊은 사람으로 나누고 암 발생과 사망을 분석했다.흡연 여부와 기간,양은 92 ̄95년 건강검진 자료를 사용했다.암 발생은 국립암센터의 국가중앙암등록 자료와 건강보험 입원 진료 기록을,암 사망은 통계청의 사망원인자료를 대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