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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고대동전 200개 반환한 도둑···"저주 두렵다" 고해성사

중앙일보

입력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파에스툼 고고학 박물관에 지난 21일 도난당했던 고대 동전 200여개가 돌아왔다.

21일 AFP통신에 따르면 신부에게 한 남성이 찾아와 고해성사의 시간을 가졌고 참회와 함께 동전 반환을 부탁했다고 한다. 반환된 동전 208개 중 7개는 가짜였지만 나머지는 기원전 3세기~기원후 4세기 근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었다.

파에스툼은 이탈리아에서도 그리스 유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리스 식민지였다가 나중에 로마인들에게 정복당했던 곳으로 잘 보전된 세 개의 그리스 신전이 유명하다.

21일 이탈리아에서 도난당한 고대 동전 200여개가 반환됐다. 한 남성이 사제를 찾아가 고해성사를 하면서 동전을 돌려주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AFP]

21일 이탈리아에서 도난당한 고대 동전 200여개가 반환됐다. 한 남성이 사제를 찾아가 고해성사를 하면서 동전을 돌려주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AFP]

AFP통신은 이번처럼 이탈리아 고대 유적지에서 도난당한 유물이 몇십 년 지나 제자리로 돌아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폼페이 유적이 대표적이다.

고대 로마 도시 폼페이 유적 관계자에 따르면 유물을 훔쳐간 이들 중에는 '고대 유물의 저주'가 두려워 돌려주는 사람이 많다. 앞서 동전을 돌려준 남성도 고대 유물을 훔치고 나서 두려움에 고해성사를 하고 물건을 돌려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이탈리아 남부 고대 도시 폼페이에서 15년 전 유물 파편을 슬쩍했던 캐나다 여성이 "폼페이의 저주에 걸린 것 같다"는 편지와 함께 유물을 반환했다.

이탈리아 파에스툼 유적지의 모습. [AFP=연합뉴스]

이탈리아 파에스툼 유적지의 모습. [AFP=연합뉴스]

이 여성은 모자이크 타일과 항아리 등 유물 파편을 소포에 담아 폼페이에 있는 여행사에 보냈다.

여성은 자신이 20대일 때 폼페이를 방문해 유물을 슬쩍했는데 그 뒤 유방암에 두 번이나 걸렸고 재정 문제도 겪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역사의 파편을 갖길 원했지만, 폼페이의 저주를 받은 것 같다"면서 용서를 구했다.

서기 79년 화산 폭발로 온 도시가 폐허가 된 폼페이는 16세기가 되어서 발굴된 유적지다. 화산 폭발로 시간의 흐름이 멈춰 버린지라 유적들은 당시 생활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지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지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고고학 연구가인 마시모 오산나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폼페이에서 유물을 훔친 관광객이 되돌려보낸 약탈품 소포만 100여건이 넘었다. 이들 상당수가 유물을 훔친 뒤 자신에게 불운이 찾아왔으며 저주를 받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남미에서 온 편지에는 "폼페이 유적지에서 돌 조각을 가져온 이후 나와 가족들에게 불운이 찾아왔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되돌아온 유물은 프레스코화, 작은 조각상, 테라코타 장식 등 다양했다. 마시모 오산나는 "폼페이의 저주는 투탕카멘의 저주와 비슷하게 인식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탕카멘 왕의 무덤은 도굴되지 않았던 탓에 발굴 과정에서 황금 마스크 등 무수한 보물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 뒤 이 무덤을 발굴한 관계자들이 차례로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파라오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왔다.

고고학 연구가들은 "유물과 저주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이런 미신 덕분에 유물이 돌아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한 미국 여성이 로마 유적지에서 가져온 유물을 도로 반납하며 용서를 구했다. 편지에는 "어른이 되어서야 얼마나 경솔한 행동인지 알게 됐다"면서 낙서는 지우려 했으나 지워지지 않아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트위터]

지난해에는 한 미국 여성이 로마 유적지에서 가져온 유물을 도로 반납하며 용서를 구했다. 편지에는 "어른이 되어서야 얼마나 경솔한 행동인지 알게 됐다"면서 낙서는 지우려 했으나 지워지지 않아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트위터]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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