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한투, 차장급 이상 계약직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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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이 투입된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이 차장급 이상 직원을 모두 계약직으로 바꾸고, 기본급을 무기한 동결하기로 했다.

9일 투신업계와 금융감독원 및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대투증권은 최근 마무리된 임금협상에서 전 직원의 기본급을 무기한 동결한다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 대투증권 노사는 또 차장급 이상 직원의 계약직 전환을 골자로 하는 단체협약에 원칙적인 합의를 끝내고 구체적인 계약조건을 논의 중이다.

대투증권 관계자는 "예보의 요구가 워낙 거세기 때문에 이번 단체협상에서 차장급 이상 계약직 전환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조건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노사가 논의 중인 계약기간은 3년으로 알려졌다.

계약직 전환이 예상되는 대투증권 직원은 지난달 말 현재 전체 임직원(1천3백70여명)의 약 20%인 2백60여명이다. 이들이 계약직으로 전환하면 대투증권의 계약직 비율은 기존 계약직 직원(계약 연구직 포함)을 포함해 전체 금융권 중 가장 높은 수준인 78%에 이르게 된다.

금감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은행원의 21%, 증권회사 직원의 24%, 손해보험사 직원의 14%가 계약직이다.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 중인 한투증권도 전 직원의 기본급을 무기한 동결하고 차장급 이상 직원의 계약직 전환을 추진 중이다. 계약기간은 대투증권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증권의 경우 계약직 전환 대상 직원 수는 12%에 해당하는 1백40명으로 이들의 계약직 전환 후 전체 임직원 중 계약직 비율은 약 45%가 된다.

한투증권은 임금동결 및 계약직 전환과 함께 서울 여의도 본사 사옥과 춘천지점 건물 등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두 회사가 이처럼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은 추가적인 공적자금 투입을 앞두고 혁신적인 비용절감 방안을 마련하라는 예금보험공사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는 2002년 2월 이들 회사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경영개선 양해각서(MOU)를 통해 간부급 사원의 계약직 전환 등 인력구조조정 계획을 제출받았으나 지난달 말 현재 두 회사의 계약직 전환이 부장급 일부에 머무르는 등 이행실적이 부진하다는 지적을 국정감사 등을 통해 받아왔다.

두 회사가 간부급 사원의 계약직 전환을 추진함에 따라 현투증권 등 공적자금 투입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공적자금을 제공받은 다른 금융기관들도 정규직의 계약직 전환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현투증권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이 유입될 경우 추가적인 감원이 예상되고 있는데다 정규직의 계약직 전환까지 진행될 경우 전체 임직원의 평균 정년이 40세 이하로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예보 관계자는 "두 회사의 계약직 전환은 2002년 공적자금 투입 당시 양해각서의 내용을 이행하는 것일 뿐 추가적인 공적자금 투입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임봉수.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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