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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대국들 경기장 아니다" 미국 겨냥했지만 ... 中의 속내

중앙일보

입력

"아프리카는 대국들의 경기장이 아니다. 아프리카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
"우리는 아프리카를 국제 협력의 큰 무대라고 생각해왔다."
"원조하고 있지만 정치적인 조건은 달지 않는다. 물론 내정에도 간섭하지 않는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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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존중이 가득 담긴 이 말들, 과연 누가 한 것일까.

그간 아프리카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아온 중국의 말이다. 정확히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올 초 나이지리아에서 진행한 외교장관 기자회견장에서 이같이 밝혔다.

중국은 올해도 어김없이 새해 첫 방문지로 아프리카를 선택했다. 1991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1번째다. 전통이라면 전통이다. 미국을 겨냥해 "아프리카는 대국들의 경기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이 대륙에 가장 공을 들이는 건 중국이란 반증이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왼쪽)과 나이지리아 대통령. [신화=연합뉴스]

중국 왕이 외교부장(왼쪽)과 나이지리아 대통령. [신화=연합뉴스]

그러나 올해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프리카 정치, 경제 뉴스를 다루는 잡지 아프리카리포트는 10가지 포인트를 짚었다. 그중 다섯 가지만 소개한다.

"백신" 

지난달 알리바바 그룹 자회사 '차이냐오'가 에티오피아 항공과 백신 운송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아프리카와 중동 등으로 적절히 수송하기 위해서다.

에티오피아의 중국 의료진 [신화=연합뉴스]

에티오피아의 중국 의료진 [신화=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에서 개발된 백신은 이미 선진국들이 선점하고 있는 상황. 아프리카에는 중국 백신이 보급될 확률이 높다. 그만큼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부채"

아프리카리포트는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의 부채 위기가 올해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중국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나라들에 대해 채무 상환 유예를 해줄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아프리카에 빌려주는 돈을 점점 줄여나가고 대출 조건도 훨씬 더 꼼꼼하게 들여다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미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대출을 줄이고 있다. 아프리카 기업들에 대한 투자도 훨씬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 "아프리카가 중국에 쉽게 돈을 빌리던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다.

"무역"

나이로비 [신화=연합뉴스]

나이로비 [신화=연합뉴스]

아프리카의 무궁무진한 자원에 대한 중국의 욕망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가 되살아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특정 자원을 한 지역에만 의존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 입장에선 서운할 수 있다.

석유가 그 예다. 중국은 중동 국가들과 러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물론 콩고민주공화국(DRC)의 콜탄처럼 그 지역 아니고는 구하기 힘든 자원은 예외다.

"기술"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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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지배력이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를 중심으로 5G 인프라 지원을 확대하며 기술 분야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할 것이다. 중국의 '감시'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가 늘어나며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대일로"

중국은 최근 주춤했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다시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중국의 열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 투자자들은 아프리카의 부실한 기업들을 주시하고 있는데, 경기 침체를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인수합병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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