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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초 만난 ‘평택~오송’ 복복선 공사, 2~3년 이상 늦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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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고속열차의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평택~오송’ 구간의 2복선 건설 사업이 예정보다 최소 2~3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사시 승객 대피와 구조를 위한 구난시설이 뒤늦게 추가되면서 사업비가 크게 늘자 기획재정부가 적정성 재검토에 나섰기 때문이다.

승객 대피·구조시설 뒤늦게 추가 #기재부, 비용 1900억 늘자 재검토 #고속열차 병목현상 길어질 듯

17일 국토교통부와 철도업계 등에 따르면 기재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0월부터 ‘평택~오송 2복선 사업 계획’의 적정성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평택과 오송 사이 45.7㎞ 구간 지하에 복선 터널을 새로 뚫는 이 사업은 총 사업비가 3조7700억원으로 완공 목표는 2024년이다. 그동안 경제성 부족 등의 이유로 성사되지 못하다가 2019년 1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추진이 가능해졌다.

고속철도 병목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고속철도 병목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현재 서울·용산역과 수서역을 출발한 고속열차 KTX와 SRT는 평택 부근에서 만난다. 또 부산과 목포를 떠난 고속열차는 오송에서 합류한다. 그런데 고속열차가 몰리는 평택~오송 구간은 선로 용량이 필요량의 절반에 불과해 병목 현상이 생긴다. 해결책은 평택~오송 구간에 복선철도를 하나 더 깔아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비상상황을 대비한 구난 승강장 등 구난시설에 발목이 잡혔다. KTX 천안아산역 지하에 이 시설을 설치하는 데 1900억원가량이 추가된다. 기재부가 적정성 재검토에 나선 이유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초 공사 때 설치하는 사갱을 대피시설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분석 결과에 따라 구난시설을 추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재검토가 올 상반기 중 끝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사업 지연은 불가피해 보인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재검토가 끝나더라도 기본계획 수립과 기본설계, 실시설계 기간을 고려하면 빨라야 2~3년 뒤에나 착공이 가능해 완공은 2027년 또는 2028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업이 지연되면 2024년 말 개통예정인 인천·수원발 KTX 운영에도 적지 않은 지장이 생긴다. 인천·수원발 KTX는 각각 하루에 18회씩(편도기준) 열차를 운행할 계획이지만 선로가 부족해 상당 기간 이를 대폭 감축할 수밖에 없다. 또 인천·수원발 KTX를 일부라도 운행하려면 서울역과 용산역,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고속열차의 운행횟수를 줄여야 하는 탓에 여러모로 열차 이용객의 불편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민태 국토부 철도건설과장은 “일부의 예상처럼 완공이 그렇게 많이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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