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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억 사기 ‘홈캐스트 수사기밀 유출’ 사건…왜 검사는 무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주가조작 사건 수사자료를 유출한 뒤 이를 회수해 파기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았던 현직 검사에 항소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2016년 코스닥 상장사 홈캐스트의 주가조작 사건 제보자인 주식 브로커 조모씨에게 다른 피의자 진술 조서 등 수사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모 검사가 장본인이다.

재소자 주가조작 범죄 수사 불법 활용 불거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부장판사 김예영 이원신 김우정)는 최 검사가 수사관 박모 씨를 통해 조씨에 유출했다가 회수한 수사 자료 파쇄를 지시한 혐의(공용서류손상)에 대해 일부 유죄로 보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최 검사에 무죄를 선고했다. 파쇄한 수사자료가 유출된 수사내용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홈캐스트 주가조작 수사자료 유출’ 의혹 사건?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은 별도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주식 브로커 조모씨의 제보로 2016년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 조사 결과 사건을 맡은 최 검사와 박모 수사관은 사정을 잘 알던 조씨에게 정보를 제공받거나 수사 자료 분석 및 정리 등을 맡겼다. 최 검사가 제보자 조씨를 수사관처럼 활용해 수사에 일정 부분 관여하도록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브로커 이미지컷.

브로커 이미지컷.

그러다 조씨가 구치소에 함께 수감 중이던 홈캐스트 전 대표 장모씨에게 접근해 주가조작 수사 무마 명목으로 23억원 상당을 편취하려던 사건이 발생했다. 장씨를 조사하던 중 이 사실을 알게 된 최 검사는 수사자료 유출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박 수사관을 시켜 조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뒤 이후 관련 자료를 압수하고 폐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일부 공용서류파손만 유죄→2심 전부 무죄

서울고검 감찰부가 이후 최 검사와 박 수사관을 수사자료 유출의 공범으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박 수사관에게만 유출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법원은 “검사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수사관의 모든 행동을 알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공모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1심은 최 검사가 자료를 회수한 뒤 폐기한 것은 공용서류손상죄에 해당한다며 벌금 700만원 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당시에도 “최 검사가 수사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외부인의 조력을 받고 서류를 유출한 것은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다”면서도 “증권 범죄 수사 속성상 고도의 수법과 관련한 업계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 점, 피고인의 평소 직무상 태도 및 성향 등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법원.

서울중앙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최 검사는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 관련 자료를 회수하려 했으나 (이 내용이) 반드시 검사실에서 유출한 정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브로커 조씨가 수사에 협조하며 직접 작성한 자료일 수 있어 (최 검사가) 공용서류를 폐기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공용서류손상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이외에도 조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불법 브로커 증권수사 활용…“위법 관행 근절해야”  

해당 사건을 두고 법조계에선 재소자를 동원한 금융수사 관행은 근절되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사건마다 정도가 다르겠지만 과거 김대업 사건처럼 재소자를 수사관처럼 행세하도록 하는 수사방식은 불법이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는 “인지 사건의 경우 피해자 없이 풍문이나 내부 관계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위법하지 않은 방식으로 인지수사의 한계를 어떻게 보완할지는 수사기관이 풀어나가야 할 영원한 숙제”라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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