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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골목 풍경 30년, 서울역사박물관에 안긴 사진 10만점

중앙일보

입력

고 김기찬(1938~2005) 사진작가가 남긴 서울의 기록사진. 〈중림동, 1982년 6월 26일〉이라 돼 있다.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고 김기찬(1938~2005) 사진작가가 남긴 서울의 기록사진. 〈중림동, 1982년 6월 26일〉이라 돼 있다.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나의 고향은 진정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마음 속 깊은 곳 지워지지 않는 고향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일까?(중략) 우리는 건물 속에서 일어나서 버스 속에서 우리들의 아침 얼굴을 보고 도시 속으로 들어간다.(중략) 그리고 언젠가는 여기를 벗어나 나의 고향에 꼭 돌아가야 한다고 뇌까려 본다. -1991년 초가을 김기찬.

사진작가 김기찬의 희귀사진 일체 기증 #"옛 향수 뿐 아니라 기록사료로서 가치"

2005년 67세로 타계한 사진작가 김기찬(1938~2005)은 평생 화두가 ‘골목 안 풍경’이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그는 급속한 도시개발 속에 옛 모습이 사라져가는 걸 안타까워했다. 1968년 우연히 들어선 중림동 골목을 시작으로 30여 년 간 서울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도화동, 행촌동, 공덕동 등의 후미진 골목 뿐 아니라 대규모 택지 개발 이전 논밭 일색이던 강남까지 서울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얼굴이 필름에 담겼다.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4년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그의 타계 후 서울역사박물관은 2010년 ‘골목 안 넓은 세상’이라는 회고전을 열었다. 서울역사박물관이 특정 작가 작품으로 사진전을 연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만큼 그의 사진에 쌓인 세월의 깊이가 ‘역사의 기록’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고 김기찬(1938~2005) 사진작가가 남긴 서울의 기록사진. 〈송파구 석촌동, 1981년 11월 29일〉이라 돼 있다.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고 김기찬(1938~2005) 사진작가가 남긴 서울의 기록사진. 〈송파구 석촌동, 1981년 11월 29일〉이라 돼 있다.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고 김기찬(1938~2005) 사진작가가 남긴 서울의 기록사진. 〈강남구 개포동, 1982년 3월 14일〉이라 돼 있다.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고 김기찬(1938~2005) 사진작가가 남긴 서울의 기록사진. 〈강남구 개포동, 1982년 3월 14일〉이라 돼 있다.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고 김기찬(1938~2005) 사진작가가 남긴 서울의 기록사진. 〈송파구 오금동, 1984년 10월 28일〉이라 돼 있다.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고 김기찬(1938~2005) 사진작가가 남긴 서울의 기록사진. 〈송파구 오금동, 1984년 10월 28일〉이라 돼 있다.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사진작가 김기찬이 남긴 필름 10만 여점과 사진, 육필원고, 작가노트 등 관련 유품 일체가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됐다. 박물관 측은 10일 유족들이 “서울의 소중한 기록으로 보존되길 바란다”고 했다면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필름 중에는 그 동안 11권의 사진집이나 수차례 전시회에서 공개되었던 ‘골목 안 풍경’ 사진들 뿐 아니라 개발 이전의 강남 지역과 서울 변두리 지역의 사진 등 미공개 자료도 다수 포함돼 있다.

TBC 영상제작부장과 KBS 영상제작국 제작1부장 등을 역임한 고인은 업무 외 시간을 사진 촬영에 매진했다. 스스로 평소 예술가라기보다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게 유족들의 전언이다. 서울역사박물관 유물관리과 송철호 학예연구사는 “2010년 사진전 이후 유족들과 상호 신뢰가 쌓인 데다, 서울의 사진기록이라는 점에서 가장 적합하게 보관할 수 있는 기관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기증 배경을 설명했다. 배현숙 관장은 “그의 사진은 도시 서울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할 뿐 아니라 기록자료로서도 풍부한 가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2008년 인물사진작가 최민식(1928~2013)이 서민들의 생활상과 삶을 담은 사진 작품 원판 10만여매와 관련자료 3만여점 등 모두 13만여점의 기록을 국가기록원에 기증한 바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측은 기증받은 김기찬 자료를 연내 디지털화 작업 착수, 완료되는대로 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송 연구사는 “기증받은 필름에서 촬영 날짜 외엔 정보가 없는 게 많아서 아카이브 작업을 위해선 용역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골목 안 풍경' 연작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김기찬(1938~2005)의 필름 10만 점 등 관련 유품 일체가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됐다.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골목 안 풍경' 연작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김기찬(1938~2005)의 필름 10만 점 등 관련 유품 일체가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됐다.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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