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10월21일 32명의 사망자와 17명의 부상자를 낸 성수대교 사고를 보도한 당일 중앙일보 22면 기사다(당시엔 석간). 다급하고 참담했던 상황을 증언하면서 ‘사고 후 40~50분이 지난 뒤 헬기 한 대가 처음 떴다’고 전하고 있다. 다른 기사는 소방대에 비해 군·경찰의 헬기 출동이 늦었다고 지적하고 있어 이 헬기는 당시 활약 중이던 소방 헬기 까치 1·2호일 가능성이 크다. 까치 1·2호는 1980년 도입한 한국 최초의 소방 헬기로서 성수대교 붕괴사고(1994), 삼풍백화점 붕괴사고(1995)와 같은 대형 사고에서 인명구조 작업 및 공중지휘 통제를 담당했다.
1980년 도입된 첫 소방헬기 중 까치2호 #"소방역사 중요한 유물" 등록문화재 예고
2005년 퇴역 시까지 화재진압·응급환자후송 등에 3000여 회 이상 출동하고 900여 명의 인명을 구조한 소방 헬기 ‘까치 2호’가 등록문화재가 된다. 함께 도입된 까치 1호가 1996년 추락해 폐기되면서 유일하게 남은 최초 소방헬기다.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31일 “헬기를 통해 핵심적인 인명구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으며 소방역사에 중요한 흔적을 남긴 역사적·사회적 가치를 지닌 유물”이라며 문화재 등록 예고를 알렸다.
소방청 기록에 따르면 까치 2호는 총 2983시간45분 동안 비행하며 인명구조, 산불 등 화재진압, 공중통제, 산림방제 등을 수행했다. 1983년 12월 중구 다동 롯데빌딩 화재 현장에서 5명을, 1984년 9월 강동구 풍납동·성내동 수해 때는 630명을 구조하는 등 모두 942명의 목숨을 구했다. 특히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 같은 해 12월 아현동 가스폭발, 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등 우리나라 재난사의 산증인으로 활약했다.
1979년 12월6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까치 1·2호는 서울시가 이날 한국화재보험협회로부터 기증 받은 헬리콥터 1대와 예산 1억5000만원을 들여 대한항공에서 제작발주한 다용도 경헬리콥터 1대의 명칭이다. 신문은 이들 헬기 2대로 소방항공대를 편성, 진화작업에 활용할 것이라 전했다. 까치 1호 폐기 후 까치 2호는 '서울 002기', '서울 005호기' 등으로 이름을 바꿔 달며 활동하다 2005년 6월 30일 퇴역해 현재 서울보라매시민안전체험관에 전시돼 있다.
문화재청은 이와 함께 1950년대 국내 회사가 생산한 완용펌프 1점도 함께 등록 예고했다. 완용펌프는 수레에 싣고 인력으로 이동해 수동으로 소화수를 뿌리는 장비다. 전국에 남은 초기 완용펌프 4점 가운데 경기 안양소방서에서 관리해온 것이 원형이 잘 유지돼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평가됐다.
한편 문화재청은 기존에 예고했던 '군산 둔율동 성당 성당신축기 및 건축허가신청서' '경상남도립 나전칠기 기술원 양성소' '전남대학교 용봉관' 등 3건을 문화재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