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 야구선수' 장애를 날렸다

중앙일보

입력

신체 장애가 있는 일본 고교 야구선수들의 활약이 일본에서 훈훈한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지난 28일 에히메(愛媛)현 지역 예선에서 우승, 85회 여름철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대회)에 진출한 이바바리 니시(今治西)고등학교의 소가 겐타(曾我健太.17)선수가 그 중 한명이다.

그는 다섯살 때 밀감밭에 설치된 운반용 모노레일에 다리가 끼이는 사고로 발목 아래를 절단하고 의족을 하게 됐다. 그러나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부친과 캐치볼을 하면서 야구에 취미를 갖게 돼 지금은 어엿한 주전선수로 활약한다.

무릎 아래가 의족이지만 50m를 6.7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타격 재능이 뛰어나다.

그는 결승 경기에서 6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둘러 팀이 22년 만에 여덟번째 고시엔 본선 티켓을 확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역예선 전체 21타수 12안타 9타점.

소가는 중학교 시절 아버지에게서 "고시엔에 야구 구경을 가지 않겠느냐"는 말을 듣고는 "내 힘으로 직접 그라운드를 밟겠다"며 거절한 뒤 마침내 자신의 이같은 다짐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는 "지금까지 힘든 일도 있었지만 한번도 의족을 장애로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한명의 주인공은 지난 28일 제 48회 전국고교연식야구대회 가나가와(神奈川)현 예선대회 결승전에서 우승을 이끌어낸 에이코가쿠엔(榮光學園)고교의 가토 요시유키(加藤善之.17)선수.

왼쪽손엔 엄지와 새끼 손가락만 있고 왼쪽 발목 아래가 없어 의족을 한 상태로 이날 강호 요코하마(橫濱)상고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뒀다. 결승전까지 포함해 예선 세 시합 동안 32이닝을 혼자 던져 1실점으로 막아냈다.

가토는 먼저 왼쪽손의 엄지와 새끼손가락으로 글러브를 대충 걸친 뒤 오른손으로 공을 던진다. 그 다음 재빨리 글러브를 한번 왼쪽 허리와 팔꿈치 사이에 끼운 뒤 바로 오른손에 글러브를 옮겨 끼고 상대방이 친 공을 잡을 준비를 한다.

이날 결승전에서는 9회 선두타자가 그의 약점을 이용해 기습 번트를 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공을 왼손 글러브로 잡아 1루로 송구, 아웃시켰다. 그 순간 동료들이 마운드로 몰려와 그의 등을 두들기며 뜨겁게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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