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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도 소식 간 ‘美 바이든시대’···트럼프 밀던 원유개발 시들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정권 교체를 앞두고 곳곳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에너지 산업이 대표적이다.

친환경 정책 기조를 앞세운 바이든의 대선 승리에 이어 민주당이 상원 2석을 모두 가져가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곳곳에서 추진하던 원유 개발 사업이 동력을 잃는 모습이다.

ANWR은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로 1987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당시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AP=연합뉴스]

ANWR은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로 1987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당시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알래스카 북동부에 위치한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ANWR)의 석유‧가스 개발을 위한 공유지 경매에서 대부분의 지역이 최저가에 낙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캐서린 맥그리거 미 내무부 차관은 “개발 사업을 위해 오랜 기간 많은 사람이 노력해왔고, 역사적인 날을 맞이했다”고 말했지만 경매 결과는 초라했다. 경매 대상 11개 구역 55만 에이커(2225㎢)의 부지 중 낙찰 경쟁이 이뤄진 지역은 2개 구역에 불과했다. 총 낙찰 금액도 1440만 달러(한화 약 157억)에 그쳤다. WP는 “주 정부 기관만 주요 입찰자로 남았다”며 “대부분 1에이커(4046㎡)당 25달러(약 2만7000원)인 최저가에 팔렸다”고 전했다.

당초 개발이 허용된 AWNR은 156만 에이커(6313㎢)로 북미 대륙에서 원유 매장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알래스카 천혜의 자연이 보전된 곳이라는 점에서 개발 논리를 펼치는 공화당과 환경 보호를 주장하는 민주당이 지난 40년 동안 번번이 부딪쳤다. 1995년 공화당이 이 지역의 개발 허용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민주당 출신이었던 빌 클린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된 것이 대표 사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당선인. [EPA·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당선인. [EPA·AFP=연합뉴스]

ANWR을 보호했던 오랜 빗장을 푼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2017년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화석연료 생산 확대 정책에 따라 ANWR의 개발이 가능하도록 한 세법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8월 ANWR 개방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당시 데이비드 번하트 내무장관은 “이로 인해 수천 개의 일자리와 수백억 달러의 이익이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말까지는 틀림없이 공유지 경매가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과 민주당이 친환경산업 중심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꺼내 들며 개발 사업은 위기를 맞게 됐다. 석유‧가스를 생산하려면 추가 승인 절차가 필요하며, 본격적인 생산 시작까지 10년 가까이 걸리는 상황에서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업의 돈줄을 쥐고 있는 미 시중 은행 대다수는 ANWR 개발 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미 상원까지 민주당이 차지하게 된 상황에서 개발 허가 자체에 대한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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