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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 꿈 접고 아버지에 간이식

중앙일보

입력

꺼져가는 아버지의 생명을 건지기 위해 현역 사병이 장교의 꿈도 버리고 간 이식 수술대에 올랐다.

27일 육군 제39사단에 따르면 이 부대 합천대대 최도섬(22)일병이 간경변이 악화돼 쓰러진 아버지 용기(51)씨를 살리기 위해 지난 25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창원 한백직업전문학교 교사이던 아버지가 3년전부터 간경변으로 투병해오다 최근 식도 정맥류 파열로 쓰러져 간 이식을 하지 않으면 오는 10월께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병원측의 이야기를 듣고 최일병은 간 이식을 자청하고 나섰다.

최일병은 사병으로 입대했지만 간부사관이 되기 위해 그동안 남달리 체력관리는 물론 자기계발에 열중해오던 터라 장기 이식은 곧 장교의 꿈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했다.

부대 관계자는 "일단 장기이식을 하고 나면 건강상태가 나빠져 장교지원은 힘들 것"이라며 "사병으로 계속 복무할 수 있을 지 여부도 정밀검사를 통해 판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술대에 오르기 전 최일병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장기를 드리는 것은 자식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웃었다.

다행히 최일병의 간 조직과 혈액 검사 결과 이식이 가능하고 성공률이 높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정밀검사 과정에서 예상보다 최일병의 간이 작아 일반 간 기증자 1명의 간도 함께 이식됐다.

일반 기증자는 골수와 신장까지 기증하고 이번에 다시 간까지 기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최일병 가족은 전했다.

군대를 갔다와서 복학준비중인 형 은중(24)씨는 "덩치가 크면 간도 커 이식을 하기 유리하다며 키가 저보다 10㎝이상 더 큰 동생이 먼저 수술을 자청했다"며 "동생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수술 경과는 좋은 편이어서 최일병은 금방 의식을 찾았으며 아버지는 아직 무균실에서 회복단계에 있다.

최일병의 어머니 전선자(47)씨는 "부모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자식의 장기를 떼 이식하는 것이 못할 짓 같기도 했지만 선선히 응해준 아들이 고맙다"며 "수술후에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가슴이 아프고 두 사람 모두 정상생활을 할 수 있기를 빌 뿐"이라고 말했다.

최일병 소속 부대의 중대장인 정명광 대위는 "최일병이 평소 책임감이 강하면서도 밝고 명랑한 성격이며 자기계발을 위해서도 노력해 왔다"며 "아버지를 위해 장교가 되겠다는 꿈도 접고 자신을 희생한 병사와 같이 근무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창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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