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은퇴 후 사진 공부 3년 만에 연 동호회 전시회

중앙일보

입력 2021.01.07 13:00

[더,오래] 조남대의 은퇴일기(6) 

사진 촬영하는 것은 여행도 하면서 재미있을 것 같아 배우기 시작했다. 공부하면 할수록 생각했던 것만큼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3년의 배움 끝에 동호회 전시회에 처음 참여했다. 사진 공부에 첫발을 디딜 때의 꿈은 어느 정도 이루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한 것 같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사진 촬영을 많이 하게 된다. 핸드폰으로 인물 사진 위주로 촬영하다 보니 여행 관련 책을 두 권 내는 과정에서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이 느껴져 사진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가톨릭 영 시니어 아카데미(가영시아)’ 사진반에 입학해 2년 동안 공부를 했다. 일주일에 3시간에 불과한 수업으로는 기본적인 것만 배울 수 있는 정도였다. 빨리 배워 전시회에 멋진 작품을 출품하려는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졸업 후 가영시아 사진반 출신들로 구성된 사진연구회에 가입했다.

전시실에 게시된 출품 사진들. [사진 조남대]

전시실에 게시된 출품 사진들. [사진 조남대]

본격적으로 배우려고 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제대로 수업을 할 수가 없어 겨우 한달에 한번 출사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열심히 참여했지만, 교실에서의 체계적인 이론 수업 없이 출사만으로는 부족함이 많았다. 선생님의 가르침과 선배들의 조언은 한 걸음씩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되었다. “맑은 날보다 눈이나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었을 때는 무조건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라”는 말이 자극제가 되었다. 자동차를 몰고 떠날 때는 항상 카메라를 휴대하는 습관이 생겼다. 비록 한 번도 꺼내지 않을 때도 많지만 멋진 장면을 보면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만으로도 큰 발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촬영하려는 마음과 준비를 하고 있으면 기회가 올 때는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회를 앞두고 출품할 사진 파일을 제출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코로나 19로 인해 수업시간이 적은 데다 지난해보다 실력이 더 좋아졌다는 자신이 없어 망설였다. 선배들은 출품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니 그동안 촬영한 것 중에서 선정해 제출해 보라고 한다. 선생님을 찾아가 상담을 하고 조언도 받았다. 선배들 보다 수준이 많이 떨어질 것 같아 망설였지만 고심 끝에 촬영해 둔 많은 사진 중에서 세 점을 출품했다. 1기부터 막내인 우리 12기까지 18명이 40여 점을 출품했다. 편집 기술을 활용한 선배들의 멋지고 아름다운 사진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사진에 어울리는 액자에 넣어 전시해 놓으니 생각보다 괜찮아 보여 안심이 되었다.

전시회 첫날 담당 신부님이 참석해 축사와 함께 격려해 주셨다. 출품자들은 자기 작품의 촬영방법과 제목 및 의도에 관해 설명했다. 하얀 눈이 내린 목장의 두 갈래 길에서 어디로 갈까 망설이는 사진을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에 비유하며 설명하는 것을 듣고 깊은 뜻이 들어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도 저런 사진을 찍어봐야지’ 하는 욕심이 생겼다. 보기에 아름다운 사진도 좋지만 작가의 의도가 함축돼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는 사진이 멋져 보였다. 같은 사물을 보고 여러 사람이 촬영해도 사진이 모두 다르듯이 사진 촬영이야말로 가장 창조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작가가 출품한 3점. [사진 조남대]

작가가 출품한 3점. [사진 조남대]

출품 사진 앞에서. [사진 조남대]

출품 사진 앞에서. [사진 조남대]

전시회 후 가톨릭 관련 기관에서 10개의 출품작에 대해 기부 요청이 들어왔는데 내 작품 3점도 모두 포함됐다. 처음으로 출품한 작품인데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데 대해 기쁘고 감사해 흔쾌히 승낙했다. 내년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배워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 보아야겠다는 의욕도 생겼다.

정년퇴직 후 멋진 제2의 인생을 꿈꾸고 고민하다 수필과 사진공부를 시작했는데 지금 되돌아봐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출사 가는 그 자체가 여행이기 때문에 여행이 취미인 나에게는 안성맞춤이다.

나이가 들어도 체력과 의지만 있으면 어려움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베트남 하롱베이 여행 갔을 때 79세의 할머니가 망원렌즈를 부착한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가족과 함께 여행 온 것을 보고 나의 장래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뛰었다. 좋아하는 사진 촬영을 오랫동안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출품자와 이를 청취하는 방문객들. [사진 조남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출품자와 이를 청취하는 방문객들. [사진 조남대]

전시회 기간 동안 가족이나 지인뿐 아니라 함께 활동하는 단체에서 화분을 보내주거나 직접 찾아와 관람하고 격려해 주어 큰 힘이 되었다. 특히 가족들에게 그동안 배운 실력을 보여주게 되어 설레고 기쁘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동호회 사진 전시회에 용기 내 참여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사진 공부는 수필 쓰기와 함께 인생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할 계획이다. 더욱 노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싶다. 아내가 고희 때 사진 전시회와 수필집 출간을 같이해 보라고 권유한다. 항상 옆에서 응원과 격려를 해 주는 후원자가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 보리라 다짐한다. 재미있는 발걸음이 될 것 같다.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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