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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실체 접근"…윗선 수사 속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2월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조작에 관여한 전직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 등을 불러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등의 개입 여부를 집중 수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관련 자료 530건을 삭제한 혐의로 산업부 공무원 3명을 재판에 넘긴 데 이어 수사의 본류인 경제성 평가 조작 수사에도 속도를 내는 것이다.

한수원 전 부사장 등 경제성 평가 관련자 집중 조사

'경제성 평가 조작 주도 의혹' 한수원 전 부사장 소환

5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는 최근 A 전 한수원 부사장과 B 본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산업부 출신의 A 전 부사장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산업부와 중간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원전 업계 관계자는 "A 전 부사장은 산업부의 컨택 포인트로 월성 1호기의 이용률과 판매단가를 대폭 낮춰 경제성 평가 조작을 주도한 인물"이며 "조기 폐쇄를 의결한 한수원 이사회 운영도 담당했다"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A 전 부사장은 2018년 5월 10일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게 월성 1호기의 판매단가 등 경제성 평가 입력 변수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고, 정 사장은 곧바로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했다.

A 전 부사장은 긴급 임원회의에서 "월성 1호기 이용률은 최근 추세를 고려해 낮게 반영할 필요가 있고, 판매단가 역시 '전년도 판매단가'보다 낮은 '한수원 전망단가'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사장 등은 이에 A 전 부사장 주장이 합리적인지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그대로 회계법인에 전달해 경제성 평가를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되도록 했다. 검찰은 A 전 부사장이 이처럼 경제성 평가 조작을 한 데에는 산업부 공무원 등이 개입한 결과로 의심하고 있다.

감사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산업부 공무원 C 국장은 앞서 감사원 조사에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게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추진을 위해 A 부사장과 경제성 평가 추진 등이 담긴 현황 조사표 작성과 이사회 추진 방법과 일자(지방선거 직후 등)를 협의하고 있고, 정 사장에게 경제성 평가용역 부분을 잘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고 몇 차례 보고했기 때문에 인지했다고 본다"고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A 전 부사장이 월성 1호기 폐기를 전제로 입력값을 조작했다는 점은 수사로 상당 부분 입증됐고, 윗선을 향한 수사도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4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4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B 본부장은 한수원 내 '월성 1호기 정부 정책 이행 방안 검토 태스크포스(TF)'를 이끌던 실무 책임자였다. 수사팀은 지난 11월 산업부·한수원 등을 압수수색할 때 B씨의 자택과 그의 휴대전화도 압수수색했다.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은 회계법인은 최초 분석에서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의 경제성을 2772억원으로 평가했지만, 이들의 개입으로 이용률과 판매단가가 낮아지면서 -91억원으로 최종 평가했다. 2022년까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7000억원을 들여 전면 보수까지 했던 월성 1호기를 가동하는 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만들어 낸 셈이다.

"본류 수사 실체 접근…친정부 검사도 수사 못 뭉갤 것"

수사팀은 올 1월 검찰 정기 인사와 무관하게 원칙대로 수사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이제 정 사장과 백 전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핵심 윗선에 대한 소환 조사만 남겨둔 셈이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핵심 의혹인 경제성 평가 관련해 실체에 근접한 상태이기 때문에 수사팀이 교체되더라도 수사는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와대에 대한 본격 수사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C 국장은 감사원 감사에서 경제성 평가를 낮추는 방안이 담긴 보고서를 청와대에 보고했는지에 대해 처음엔 "대통령비서실에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산업부 내부 회의 자료였다"고 입장을 바꿨다.

강광우·정유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월성 원전 1호기 운행 및 감사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월성 원전 1호기 운행 및 감사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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