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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장 후보도 文정책 피해자? 서초 아파트 팔자 10억 올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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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 연합뉴스

5일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 연합뉴스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으로 지명된 김진욱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피해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가 2018년 초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판 직후에 시세가 10억원이나 폭등했기 때문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서울 아파트값을 잡겠다”고 선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15억에 팔았더니 3년 만에 27억 매물

공수처장 인사청문 요청안 제출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18년 1월 보유 중이던 서울 서초구 서초 래미안 아파트를 15억원에 매도한 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전셋집을 12억 5000만원에 구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현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벌어진 일이다. 이후 김 후보자가 판 서초 래미안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고, 2020년 11월 같은 면적(전용 128㎡) 아파트는 25억원에 실거래가 이뤄졌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의 최고 시세는 27억원에 달한다. 김 후보자가 아파트를 판지 3년 만에 시세가 10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문 정부 초기 김 후보자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 아파트를 팔고 무주택자가 된 수많은 사람은 지금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그분들은 대부분 아파트값을 잡겠다는 정부를 믿었기 때문에 정부 정책의 피해자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책 변수를 차치하더라도 김 후보자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섣불리 시장을 예단하고 무모한 선택을 했다가 큰 손해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였다가 1채를 판 것이면 이해할 수 있지만, 실 거주하던 1주택을 팔고 무주택자가 된 건 지나친 모험이었다는 평가다.

주식도 1억 상당 보유, 성적표는? 

김 후보자의 주식 투자 성적표는 어떨까. 그가 최근 제출한 인사청문 자료에 따르면 13개 상장사 주식(총 1억원가량 상당)을 보유 중이다. 우량주부터 테마주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금액 면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테마주인 코로나 진단키트 등 의료기기 제조업체 미코바이오메드 1개 종목에 쏠려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 8343주, 시가 9350만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단지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단지들. 연합뉴스

코로나19 테마주 매매 경위 관심

김 후보자가 코로나19 테마주를 정확히 언제 매수했는지에 따라 수익률은 달라진다. 만일 서초동 아파트를 매각하고 2억 5000만원의 여유 자금을 확보한 2년 전 선견지명으로 이 주식을 매수했다면 매수 금액은 8000원 안팎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달 5일 종가는 1만 1300원이므로 수익률은 40%가량이다.

그러나 지난해 고점(7월 24일 장중 3만 3900원)에 샀다면, 김 후보자의 주식 가치는 3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물론 저점에 주식을 샀다가 대부분을 팔고 큰 시세차익을 거둔 뒤 일부만 보유 중일 수도 있다. 정치권에선 김 후보자가 투자 위험이 높은 테마주에 투자를 집중한 배경을 두고 미공개정보 이용 등의 불법을 저지른 건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의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코로나19 테마주 매매 경위에 대해 “아직 (사실관계를) 정리 중”이라며 “청문회 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소유 중인 3억6000만원가량의 현금(예금)도 다양한 분석을 낳는다. 주식(1억원가량 상당)보다 현금 보유량이 4배 가까이 되는데, 주가 하락에 베팅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그러나 현재 국내 주식 시장은 본격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코스피 기준으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올라 사상 첫 3000포인트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서초동 아파트만 안 팔았어도… 

김 후보자가 신고한 총 재산 규모는 18억원가량이다. 서초동 아파트를 팔지 않고 보유하기만 했어도 숫자는 7억원 많은 25억원가량(주식·예금 등 제외)이 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김 후보자의 재테크 총점은 저조할 수밖에 없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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