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둘레 급속히 커지면 자폐증 신호

중앙일보

입력

생후 1-2개월에 머리둘레가 보통 신생아보다 유난히 작았다가 생후 6-14개월사이에 급속히 커지면 자폐증을 의심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샌디에이고 아동병원 자폐증연구소장이자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의과대학 정신과전문의인 에릭 코치스니 박사는 미국의학협회지(JAMA) 최신호(7월16일자)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경증 또는 중증 자폐아를 포함,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진단을 받은 2-5세 아이들과 정상아들의 머리둘레 성장기록을 비교분석한 결과 이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자폐아들은 생후 1-2개월에는 정상아의 75%보다 머리둘레가 작았으나 생후 6-14개월 사이에는 급속히 커지면서 정상아의 84%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코치스니 박사는 밝혔다.

자폐아들은 59%에게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데 비해 정상아들은 6%에 불과했다. 자폐아들은 자폐장애를 보이기 시작하기 전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코치스니 박사는 특히 중증 자폐아들은 경증 자폐아들에 비해 머리둘레가 커지는 속도가 현저히 빨랐다고 말했다.

코치스니 박사는 이는 중요한 신경연결이 형성되기에는 너무 빠른 속도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이것이 자폐증의 원인인지 아니면 자폐증의 단순한 증세 중 하나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코치스니 박사는 또 이 기이한 현상은 생후 1-2개월과 6-1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나타나기 때문에 자폐증이 볼거리-홍역-풍진(MMR) 백신 접종과 환경독소 노출같은 이 시기이후에 접하게 되는 것과는 관계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폐증 원인으로는 수은같은 환경독소 노출, MMR백신, 제15번 염색체와 관련된 유전자 변이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못하고 있으며 치료법 또한 없다.

이 연구결과에 대해 유타대학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 재니트 라인하트 박사는 보다 많은 자폐아들을 대상으로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여러 연구보고서들을 종합해 볼 때 급속한 머리성장이 자폐증의 특이한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논평했다.

자폐증은 보통 2-3세부터 언어습득 지연, 사람과 주위환경에 대한 감정반응 결핍 등의 형태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미국의 경우 발병률은 1천명에 6명꼴이며 이는 1990년대에 비해 3배가 급증한 것이다. 발생빈도는 여아보다 남아가 약4배 많다. (시카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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