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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달고 오징어 사러 北 바다로…제재 비웃는 中어선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중국 어선 등을 상대로 조업권을 불법 매매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북한전문매체 NK뉴스 프로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오성홍기와 태극기를 함께 단 어선도 있었다.

이 매체가 입수한 일본 수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10월 총 5척의 어선이 북한 해역에 진입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본 수산청은 해당 어선의 선원들을 조사해 북한 조업권 매매 방식과 실태 등을 확인했다. 특히 이 중 지난해 9월 30일 고토 열도 근처에서 조사한 중국 어선 푸위안(Fuyuan) 28·28호의 선원들은 북한 해역에서의 조업권 매매를 위해 이동중이었다고 진술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12월 결의 2375호를 채택하고 북한의 조업권 매매를 금지했다. 2017년 8월 처리된 안보리 결의 2371호는 북한산 수산물 매입을 금지한다.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을 모두 틀어막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재였다.

공공연한 조업권·수산물 불법 거래 

중국 국기와 태극기를 동시에 단 이중국기선 린위윤0002호의 모습. 어선 선미에는 중국 국기가, 후미에는 태극기(우측 상단 붉은 동그라미)가 매달려 있다. 일본 수산청은 이 어선에 탑승해 있던 선원들을 조사해 냉동 오징어를 거래하기 위해 북한 해역으로 이동중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NK프로

중국 국기와 태극기를 동시에 단 이중국기선 린위윤0002호의 모습. 어선 선미에는 중국 국기가, 후미에는 태극기(우측 상단 붉은 동그라미)가 매달려 있다. 일본 수산청은 이 어선에 탑승해 있던 선원들을 조사해 냉동 오징어를 거래하기 위해 북한 해역으로 이동중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NK프로

중국 국기와 태극기가 함께 걸려있던 린유윤(LinYuYun) 0002호의 선원은 중국인 18명으로, 이들은 일본 수산청 조사에서 북한 해역에서 조업중인 또 다른 중국 어선과 접선해 냉동 오징어를 구입할 예정이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또 냉동 오징어를 넘겨받는 대가로 돈이 아닌 신선한 음식과 각종 물자를 제공하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린유윤0002호라는 선박 이름으로 조회한 결과 국제해사기구(IMO)가 부여하는 선박 고유식별번호인 IMO번호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해경 등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위장용으로 태극기를 매단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또 다른 중국 어선인 린유윤 0002호 선원들은 한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북한 해군정과 접선해 조업권을 구매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접선지의 정확한 위도와 경도까지 진술했다.

중국 깃발을 단 어선 루룽위 59295호 선원들은 일본 수산청 조사에서 북한 해군정과 접촉하는 장소, 결제 방식 등 북한 조업권 구매와 관련한 구체적 사실관계도 진술했다. 북 측에서 지정한 장소에서 북 해군정과 접선해 북한 해역으로 이동, 조업 활동을 하게 될 해역의 어장 상태를 확인한 뒤 카드 결제로 대금을 지급해 조업권을 사는 식이었다.

"동해 남하 어자원 씨 말라"  

지난해 11월 2일 경북 포항수협 송도활어위판장 앞에서 열린 '중국어선 동해안 북한수역 입어반대 결의대회'. 전국 수협 21개 조합장과 어업인단체 및 어업인 100여명은 정부가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을 단속해달라고 요구했다. 뉴스1

지난해 11월 2일 경북 포항수협 송도활어위판장 앞에서 열린 '중국어선 동해안 북한수역 입어반대 결의대회'. 전국 수협 21개 조합장과 어업인단체 및 어업인 100여명은 정부가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을 단속해달라고 요구했다. 뉴스1

중국 어선의 이같은 북한 해역 불법 조업은 한국 어민들에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강원·경북 어민 등으로 구성된 ‘우리바다 살리기 중국어선 대책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일 결의 대회를 열고 “해마다 수백 척에 달하는 중국어선이 북한의 동해 어장에서 남획한 탓에 동해로 남하하는 어자원까지 씨를 말리고 있다”며 “정부는 자국 어업인과 바다 자원 보호를 위해 중국어선의 북한수역 조업을 막는데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북한의 동해 수역에서 불법 조업한 중국 어선은 매년 약 8만톤의 오징어를 남획하고 있다고 한다. 피해 규모는 약 2억2000만달러(2393억원)에 달한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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