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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공수처장, 중립 지키란 국민 뜻 명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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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 후보자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지명했다. 이날 오후엔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3선의 여당 중진 박범계 의원을 낙점했다. 임기를 1년반가량 남긴 시점에 초대 공수처장과 신임 법무장관 후보자를 호명하며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 시즌 2’의 서막을 알렸다. 이번 인사도 정치권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두 후보자 모두 판사 출신으로 “공수처장과 법무장관에 검찰 출신을 앉히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맞아떨어졌다.

김진욱 후보자, ‘정권 맞춤 인사’ 오명 벗고 #박범계 후보자는 전임자 실패 반복 않기를

김 후보자 지명에 국민의힘은 맹공을 퍼부었다. 김예령 대변인은 “정권을 위해 맞춤 제작된 공수처장을 선택했다. 추 장관 이후 새 방패막이와 꼭두각시를 세우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가 시작됐다.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함으로 공수처를 이끌어 달라”는 환영 논평을 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을 향한 쓴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립성과 독립성, 공정성에 의문을 품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거리낌없이 공수처 수사 1호 대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꼽았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이 맡은 울산시장 하명수사, 월성 원전 폐쇄 사건 등을 공수처가 가져가 물타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후보자가 스스로를 “중도라 생각한다”고 밝혔음에도 현 정권 들어 법무부 인권국장에 지원하는 등 친정권 성향이란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또 판사, 변호사, 헌재 연구관을 거쳤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고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특검에 참여한 것 외엔 수사 경험이 전무하다는 비판도 부정하기 어렵다. 이런 평가들 탓에 김 후보자는 ‘얼굴마담’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공수처장 역할은 차장 자리에 앉을 인사가 대신할 거란 굴욕적인 얘기도 나온다. 이런 오명을 털어내고 초대 공수처장으로서의 자존심과 권위를 지키기 위해 김 후보자는 국민이 바라는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 사수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범계 후보자의 일성은 “법무행정 혁신으로 민생을 안정시키고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였다. 그는 윤석열 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윤 총장에 대해 무한 신뢰를 보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이후 ‘반윤’의 선봉에 섰다. 정치인 박범계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상대로 한 ‘전쟁’에 장수로 나서 온갖 혼란을 주도한 데 대한 국민의 실망을 잘 알 것이다. 그런 박 후보자가 강성인 친문들에게 휘둘려, 또는 그들을 등에 업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또다시 추 장관과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말처럼 친문 세력이 아닌,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