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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추미애 책임 아닌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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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 동부구치소 수용자 중 코로나19 확진자들이 그 안의 독방이나 격리병동에 다시 갇히는 초유의 ‘이중격리’ 사태가 벌어졌다. 일부 재소자가 쇠창살 틈으로 손을 내밀어 “살려주세요”라고 적힌 쪽지를 흔드는 장면은 6년 전 세월호 참사 때 “살려달라”고 절박하게 외치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믿고 기다리다 숨져간 수백 명의 학생을 연상케 한다. 인권 유린의 비극적 현장에서 흘러나온 절박한 외침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국가 수용시설 내 K방역의 난맥상이다. 국민 혈세로 자화자찬의 영상과 다큐멘터리를 찍어 대대적으로 공개한 홍보용 K방역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윤석열 찍어내기 몰두하다 방역 소홀 #장관 그만둬도 진상 규명해 단죄해야

동부구치소에선 지난달 27일 첫 확진자가 나왔고, 29일 첫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그 사이 확진자는 792명으로 폭증했다. 수용자들이 밀집생활을 하는 구치소나 교도소는 군대와 마찬가지로 방역에 아주 취약하다. 특히 고층 아파트형 건물인 동부구치소는 전형적인 3밀(밀집·밀접·밀폐) 형태인 데다 수용 정원을 초과한 상태에서 한 방에 10명까지 과밀 수용한 탓에 사전에 엄격한 방역 조치가 필요했다. 하지만 구치소 측은 첫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까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재소자들에게 KF 인증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다. 또 첫 확진자 발생 후 3주 만에야 늑장 전수검사에 나섰다. 이 기간에 바이러스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수용자들 사이에서 “100일마다 방을 바꾸는 ‘전방 조치’도 중단하지 않아 피해가 더 커졌다”는 불평이 나왔다고 한다. 초기 방역부터 잘못해 집단 감염의 재앙을 불렀다는 점에서 인재(人災)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부구치소는 법무부 산하 기관이다. 구치소에서 바이러스가 퍼진 시기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 청구(지난달 24일)를 시작으로 정직 2개월 의결(지난 16일)까지 윤 총장 찍어내기에 전념한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주무 장관이 국민 생명의 보호, 교정시설 관리라는 국가적 의무를 내팽개치고 윤 총장 축출에 매달리다 이런 비극이 벌어진 것 아닌가.

추 장관은 지난 한 달여간 윤 총장을 비난하는 글을 SNS에 지속적으로 올렸지만 구치소 집단 감염에 관해선 일언반구도 내놓지 않았다. 29일 동부구치소에 얼굴을 비쳤지만 마지못해 찾아간 ‘30분 쇼’ 인상이 짙다. 이 상황에서도 추 장관은 ‘윤석열 탄핵, 역풍은 오지 않는다’는 글을 공유했다.

동부구치소 참사는 국민에겐 생활방역과 희생을 강요해 놓고 정작 정부는 방역 직무유기를 저지른 사건이다.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한 뒤 추 장관과 교정시설 관련자들에게 상응하는 민·형사상 책임을 물려야 마땅하다. 추 장관은 개각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동부구치소 참사의 책임을 끝까지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