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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기 음성이 확산 원인인데"…동부구치소 공동생활 대책 없다

중앙일보

입력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동부구치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확대일로다. 문제는 개별 격리한 확진자 외에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수용자는 여전히 한 공간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음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을 가능성이 있어 개별 수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 누적 792명 

30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792명이다. 이 중 수용자(출소자 포함)가 771명이며, 구치소 직원이 21명이다. 전날 0시 기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집계 동부구치소 확진자 수인 762명보다 30명 늘었다. 동부구치소는 지난달 27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3주가 지나서야 전수 검사를 했고, 그 이후 대규모 감염 실태가 드러났다.

확진된 수용자 771명 중 현재 동부구치소에 있는 수용자는 409명이다. 동부구치소에서 경북북부제2교도소로 이송한 확진자가 345명이고, 동부구치소에서 서울남부교도소와 강원북부교도소로 이송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도 각각 16명, 1명이다.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30일 일부 수용자 이감을 위해 수용자들을 태운 버스가 출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30일 일부 수용자 이감을 위해 수용자들을 태운 버스가 출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음성이지만 바이러스 있는 사람, 없는 사람 섞여 있어" 

앞서 1~3차 전수검사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대로 격리한 상황에서 확산세가 멈추지 않는 건 음성으로 판정된 잠복기 감염자가 추가로 확진받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음성 수용자의 공동생활이 방역의 구멍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코로나19 검사에서 바이러스 검출량이 양성 기준에 미달하면 음성 판정을 받지만 여전히 전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3차례 전수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양성으로 바뀐 사례가 대거 나왔다.

이날 동부구치소는 직원 포함 1830명에 대해 4차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동부구치소에서 수용에 쓸 수 있는 방은 700여개 수준이라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1인 1실 사용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수용자는 두 배가 훨씬 넘는다"며 "추가로 타 교도소 이송을 검토하는 등 밀도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인 1실 격리를 권고했지만 타 교도소 이송엔 확산 우려를 제기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음성이지만 바이러스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섞여 있다"며 "임시로 컨테이너 격리실을 만들든 모든 방법을 강구해 1인 1실로 격리하는 게 최우선이다"라고 지적했다. 타 교도소 이송에 대해선 "완벽하게 차단된 상태로 격리하지 못하다면 오히려 다른 교도소로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고 했다.

천병철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한 시설내에 감염자가 3분의 1이상 나왔다는 건 바이러스가 이미 다 퍼졌다는 이야기"라며 "동부구치소 밖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라고 했다.

반면 김동현 한림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대로 두면 고령자나 기저질환자는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1명씩 격리 가능한 시설로 전부 빼내는 방법 밖에 없다"라고 했다.

동부구치소의 시설 구조도 추가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2017년에 지어진 동부구치소는 단층 건물들이 운동장을 둘러싼 다른 곳과 달리 5개 동이 연결된 아파트형이라 '3밀'(밀집·밀접·밀폐) 구조다.

커지는 '추미애 책임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9일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코로나19 집단 발생과 관련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법무부 제공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9일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코로나19 집단 발생과 관련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법무부 제공

주무장관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추 장관은 동부구치소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 32일 만인 29일에야 구치소를 방문했다. 추 장관은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분리 수용하고, 수용률을 감소시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원론 수준의 대책만 반복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염병 분야의 한 교수는 "의례적인 이야기만 하고 사진만 찍었다"며 "아무리 교정시설이더라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법무부가 아닌 방역 당국이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추 장관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개혁 운운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검찰 무력화에 미쳐 있는 동안 동부구치소는 코로나 지옥이 되어 버렸는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전날 추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추 장관이 동부구치소 사태에 대해 사과 없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주장이다.

강광우·황수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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