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0만명 백신 3분기 후 오는데…정부 "3분기 집단면역 형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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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2~3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해 3분기 안에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2~3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해 3분기 안에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2~3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3분기 안에 국민 60~70%에 접종을 마쳐,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구매계약을 맺었거나 구매 예정인 백신 절반 이상(2450만명분)이 모두 들어오려면 내년 3분기(6~9월)가 지나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 겨울이 오기 전 집단면역을 형성하는데 난항이 예상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24일 발표한 대로 정부는 총 4600만 명분(총 8600만 회분)의 백신을 구매 결정했다. 이 중 3600만 명분(총 6600만 회분)은 구매 계약 체결을 완료했고, 1000만명분(총 2000만 회분)은 계약 체결이 진행 중이다”며 “선 구매한 백신은 내년 1분기(2~3월)부터 순차적으로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고 밝혔다.

집단면역 형성 시기에 대해 정 본부장은 “적어도 내년 3분기 정도까지는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는 규모까지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백신 물량확보와 백신 접종 세부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집단 안에서 면역을 가진 개체 수가 많아질수록 면역력이 없는 개체가 감염될 확률은 낮아진다. 집단 면역이란 집단의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항체를 가졌을 때, 감염병의 확산이 느려지거나 멈추게 되면서 항체가 없는 사람도 간접적인 보호를 받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통상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서는 전체 인구의 60~70%가 항체를 가져야 한다.

정 본부장은 “정부가 구매 결정한 4600만 명분의 백신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 5183만 명의 88.8%가 맞을 수 있는 분량이며, 백신 접종 가능 인구인 18세 이상 인구 4410만 명의 104.3%에 해당하는 물량이다”라며 “국내 집단면역 형성에 충분한 물량이다”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 가능인구는 18세 미만 소아·청소년과 임신부를 제외한 숫자다. 이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임상 연구가 아직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우선 접종 권장 대상자 가운데 보건의료체계 기능 유지를 위한 의료기관 종사자, 요양병원·시설 등에 거주하는 노인 등 100만명부터 접종을 시작해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세부적인 접종 계획은 내년 1월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도입 결정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AFP 자료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도입 결정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AFP 자료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정부의 목표와 달리 실제로 집단 면역 완성 가능한 시기는 내년 연말께로 전망된다. 국내 도입 예정인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명분, 얀센 600만 명분, 화이자 1000만 명분, 모더나 1000만 명분,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WHO를 통한 공동 구매 방식) 1000만 명분이다.

정부는 국내 인구 20%(약 1000만명)가 맞을 수 있는 물량을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충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지난 10월 9일 선급금 850억원을 보냈다. 하지만 코백스 퍼실리티 확보 물량의 구체적인 공급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27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보건복지부는 "코백스 전체 물량 중150만 명분(인구 3%)은 내년 상반기, 나머지 850만 명분(인구 17%)은 이후 하반기 공급을 목표로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공급 일정은 제시하지 않은 상태로 1월 중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화이자 백신은 이르면 3분기 들어오기 시작하지만 약속한 물량이 전부 들어오려면 11~12월이 넘어갈 전망이다. 모더나 백신은 구매계약서 검토단계로 내년 1월 계약서를 쓸 예정이다. 언제 들어올지는 알 수 없다.

아스타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아스타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가장 빠르게 도입되는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명분이다. 2~3월 도입돼 바로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현재 최종 임상 시험 단계인 3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아직까지 미국·영국 등에서 임시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또 해외에서 접종 시작된 화이자·모더나 백신과 달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최근 시작됐다. 임상 결과에 따라 집단 거주하는 노인 먼저 접종하겠다는 정부 계산이 빗나갈 수 있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 도입되는 코백스 물량 일부(150만 명분)과 2분기 도입 예정인 얀센 600만 명분을 다 더해도 집단 면역을 형성에 필요한 물량에는 미치지 못한다.

김우주 고려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내년 3분기 안에 얀센,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가 전부 다 들어온다고 해도 2600만명 분인데 이는 국민의 50%정도 수준밖에 안되는 분량이고 그마저도 백신 효과가 100%라고 가정했을 때 수치다”며 “백신 효과가 70~90% 수준임을 고려하면 집단 면역을 위해서는 추가 물량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신의 지속성도 불확실하다. 6개월 뒤에도 항체가 유지될 지 알 수 없다"며 "집단 면역을 위해서는 단기간에 효과 높은 백신을 전 국민이 맞는 방법이 효율적이다"고 덧붙였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집단 면역 형성을 위해서는 접종 물량 확보뿐 아니라 접종 실행 계획도 중요하다. 이 계획을 심도있게 논의해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접종 전략이 굉장히 중요하다. 백신 접종 목적을 감염 확산 방지에 두느냐 사망률 감소에 두느냐에 따라 우선순위가 완전히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만약 집단면역을 통해 확산을 막고자 한다면 어느 집단에 집중해서 백신 접종을 시작할지, 접종 시작 한 두달 차이로 결과가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감염의 특성을 계속 분석해서 접종 전략을 짜야 한다”라며 “지금 정부는 도입 시기만 발표하고 있다. 언제 누구한테 접종할지 국민과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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