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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엔 랍스터지" 호주에서 난리 ... 중국 때문?

중앙일보

입력

올해 호주의 크리스마스는 조금 특별하다.

정확히 말하면 크리스마스 테이블에 오를 메뉴가 예년과 달라졌다. 성탄절을 앞두고 때아닌 '랍스터'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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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호주산 랍스터는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됐다. 그러나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호주인들의 식탁에 가득 올랐다. 어마어마한 양의 랍스터가 평소의 절반 가격으로 풀렸기 때문이다. 1kg당 100~150달러에 달했던 랍스터는 현재 70~100달러에 팔리고 있다. 심지어 20달러까지 떨어진 지역도 있다. 덕분에 연말 분위기를 내고자 랍스터를 테이블에 올리는 사람들이 확 늘어났다.

호주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디너', 중국과의 갈등에서 시작됐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EPA=연합뉴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EPA=연합뉴스]

올해 내내 호주와 마찰을 빚어온 중국이 전방위에서 '경제 보복'을 하며 호주를 압박한 탓이다. 중국은 지난 5월 일부 호주산 소고기의 수입을 막고 보리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10월에는 석탄·보리·구리·설탕·목재·레드 와인·랍스터 등 최소 7가지 품목의 호주산 상품에 대해 사실상 수입을 금지했다. 모든 산업이 고루 피해를 입었지만, 특히 랍스터와 와인 생산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자 호주에서 '랍스터와 와인 소비하기' 바람이 불었다.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직격탄을 맞은 호주 와인 [EPA=연합뉴스]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직격탄을 맞은 호주 와인 [EPA=연합뉴스]

정부는 물론 언론들도 적극 나섰다. 호주 온라인 매체 브로드시트는 "크리스마스 테이블에 랍스터를 올려 두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성탄절인 만큼 랍스터와 와인 등을 구매하자"고 홍보했다.

또 다른 호주 언론 뉴데일리도 "올해 크리스마스 디너를 예년과 달리 특별한 메뉴로 꾸민다면 (중국과의 싸움으로) 큰 피해를 본 이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간 가격이 너무 비싸 망설였다면 이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라는 말까지 덧붙이면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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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유통 업체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호주 슈퍼마켓·식료품점 체인인 '울워스'는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랍스터를 반값에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를 위해 울워스가 사들인 랍스터는 지난해의 20배가 넘는다.

덕분일까. "그야말로 기록적인 수치의 랍스터가 (호주) 국내 시장에 풀렸다"(ABC 방송)는 보도들이 나왔다. 미국 등 우방국에선 '호주산 와인을 더 적극적으로 구입하자'는 주장도 계속 나오는 중이다.

시드니 [사진 셔터스톡]

시드니 [사진 셔터스톡]

크리스마스를 '값싼 랍스터와 와인'으로 풍성하게 보낸 사람들 덕에 관련 업계는 한숨 돌렸지만, 언제까지 내수 시장만 바라볼 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국 시장이 워낙 거대한 데다 중국인들의 '호주 랍스터 사랑'이 유별났기 때문이다. 수출되는 호주 랍스터의 90% 이상을 중국이 구매했을 정도다.

ABC방송은 "(랍스터를) 1kg당 30달러를 받고 판다면 어부들에게 남는 건 없다"며 "지난 50년간 이렇게 큰 위기는 없었다"고 우려했다. "늘 크리스마스처럼 가격이 유지된다면 일반 사람들이야 좋겠지만, 랍스터 생산자들을 생각하면 수출이 빨리 재개돼야 한다"(브로드시트)는 얘기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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