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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스캔들' 결국 사과한 아베, 3번 고개 숙였다.

중앙일보

입력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24일 재임 중 지역구 주민 수백명을 ‘벚꽃 보는 모임’에 초청해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 고개를 숙였다. 지난 9월 16일 총리직에서 물러난 지 100일만이다.

퇴임 100일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기자회견 #"회계처리 몰랐지만 도의적 책임, 국민께 죄송" #아베 "의원직 유지"...야당 '솜방망이 처벌' 비판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오후 6시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깊이 반성하며 국민들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아베 전 총리는 심각한 얼굴로 기자회견에 임했지만, 석달 전 궤양성 대장염을 이유로 퇴임했던 당시와 비교해, 상당히 건강을 회복한 모습이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4일 '벚꽃 보는 모임' 의혹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로이터]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4일 '벚꽃 보는 모임' 의혹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로이터]

아베 전 총리는 “당시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자민당 총재로서, 일국의 국회의원으로서, 국민과 여·야당 모든 국회의원에게 깊이 사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 책임은 대단히 무겁다고 자각하고 있으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전 총리는 약 10분에 걸쳐 사과문을 발표하는 동안 3번 고개를 숙였다.

아베 전 총리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지역구 주민 수백명을 정부 주최 행사인 ‘벚꽃 보는 모임’에 초청하고, 행사 전날엔 고급 호텔에서 전야제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호텔 음식값 일부를 아베의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지불했으면서, 이를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도쿄지검 특수부에 따르면 기재가 누락된 금액은 선관위에 남아있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700만엔(약 7453만원)이다. 공소시효가 살아있는 2015년도 분을 포함하면 900만엔(약 9577만원)을 넘는다.

지난해 4월 신주쿠교엔 (新宿御苑)에서 개최된 '벚꽃 보는 모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아키에 여사가 연예인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지지통신]

지난해 4월 신주쿠교엔 (新宿御苑)에서 개최된 '벚꽃 보는 모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아키에 여사가 연예인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지지통신]

검찰은 앞서 ‘아베 신조 후원회’ 회장을 맡고 있는 아베의 제1비서를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하고, 아베 전 총리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처음 이 문제가 불거진 뒤, 아베 전 총리는 국회에서 “국회의원 사무소는 관여하지 않았다”, “차액을 대신 내주지 않았다”,“(호텔 비용의) 명세서는 없다”는 등 답변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검찰 수사로 인해 그동안의 답변이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아베 전 총리는 국회에 기록된 답변을 수정한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4일 '벚꽃 보는 모임'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 도중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4일 '벚꽃 보는 모임'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 도중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전 총리는 “회계처리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일어났다고는 하나,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답변과 관련 “당시엔 아는 한 답변을 했던 것이었으나, 결과로서 답변 중엔 사실에 반하는 것이 있었으며,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신뢰에 손해를 끼치게됐다 ”며 고개를 숙였다.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도 “사실과 다른 답변을 나 자신도 했다. 국민들께 대단히 죄송하다”고 잇따라 사죄했다.

아베 전 총리는 25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각 당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의혹에 대한 질의에 답할 예정이다.

아베 전 총리는 “초심으로 돌아가 정치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의원직 사퇴나 자민당 탈당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아베 전 총리가 불기소 처분을 받은데 대해 ‘솜방망이 처분’이라고 비판했다. 입헌민주당 아즈미 준(安住 淳) 국대위원장은 “전혀 납득이 안되는 얘기다. 헌정사상 오점이 될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명백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공산당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은 “호텔 비용을 보전해준 것은 선거 매수”라면서 “아베 전 총리는 국회의원을 사직해야 한다”고 추궁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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