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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검찰 유착" 분노한 여권, 정경심 재판부 실명도 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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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1심 재판부는 징역 4년형을 선고하고 정 교수를 법정 구속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1심 재판부는 징역 4년형을 선고하고 정 교수를 법정 구속했다. 연합뉴스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의심의 정황’으로 유죄판결을 한 거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 

“재판부의 선입견이나 예단, 편견이 상당히 작용한 매우 나쁜 판례가 아닐까 생각된다.” (홍익표 민주연구원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판결(징역 4년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4일 쏟아낸 발언이다. 김 최고위원은 전날 재판 결과에 대해 “재판 진행 과정 전체에서 검찰에 대한 (법원의) 사법통제 임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홍 원장은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

“사법부·검찰 유착” 주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 보좌진과 식사를 함께한 뒤 걸어서 청와대로 향하는 모습.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노영민 비서실장 사이로 조한기 민주당 사무부총장(당시 제1부속비서관)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 보좌진과 식사를 함께한 뒤 걸어서 청와대로 향하는 모습.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노영민 비서실장 사이로 조한기 민주당 사무부총장(당시 제1부속비서관)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사법부 공격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가 앞장섰다. 조한기 민주당 사무부총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으니 법 집행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검찰과 사법부의 끈끈한 유착에 새삼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 부총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의전비서관과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역임했다.

청와대 초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조국 전 장관의 부인이 아니라면 법원이 이렇게 모진 판결을 내렸을까”라며 “그 시절 자식의 스펙에 목숨을 걸었던 이 땅의 많은 부모를 대신해 정경심 교수에게 십자가를 지운 건가. 잔인하다”고 했다.

정경심 1심 재판에 대한 여권의 말말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경심 1심 재판에 대한 여권의 말말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법조인 출신도 가세했다. 판사 출신 이수진 의원은 “설령 ‘표창장 위조’ 등이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징역 1년이면 충분한 사안이다. 사법부에 다시 위기가 오고 있다”고 했고, 변호사 출신의 김용민 의원은  “법원이 위법수사와 기소를 통제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포기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실명 거론

전날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재판부의 판결이 너무 가혹하여 당혹스럽다. 앞으로 남은 재판 과정에서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기를 바란다”(신영대 대변인)였다. 길이는 짧았지만, '가혹' '당혹' 등 감정적 언어로 법원에 대한 반감을 그대로 표출했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에선 논평 수위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이 과정을 지켜본 민주당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이니 ‘일단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법원 판단이 말도 되지 않는다’는 강경론이 우세했다”고 설명했다.

'친문' 지지자의 공격은 더 강했다. 1심 재판부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청와대 게시판에 “정경심 1심 재판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의 탄핵을 요구한다”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판결 결과 한 사람의 일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했다. 법관이 양심에 따라 심판을 해야 하는 헌법 103조를 엄중하게 위배했다”면서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13만여 명이 동의했다.

여권의 사법부 공격은 지난해 1월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구속 직후를 연상케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당시 민주당은 1심 재판 직후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사법농단 세력의 사실상 보복성 재판”이라고 주장하며 특위를 구성해 사법농단 관련 법관 탄핵을 추진했다. 홍익표 당시 수석대변인은 “인적청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법개혁이 어렵다”는 말도 했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김 지사 1심 직후엔 지도부가 꺼냈던 ‘법관 탄핵’ 주장을 이번엔 지지자가 들고 나왔을 뿐, 격앙된 분위기는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탄희는 ‘사법농단 법관 탄핵’ 재추진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분수대 앞에서 4.16가족협의회, 4.16가족연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진실 규명을 방해한 사법농단 임성근·이동근 부장판사의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분수대 앞에서 4.16가족협의회, 4.16가족연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진실 규명을 방해한 사법농단 임성근·이동근 부장판사의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공교롭게도 판사 출신 이탄희 의원은 전날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두 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문제제기했던 일본 기자의 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에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재판에 일부 개입한 혐의는 인정했다. 다만 이 의원은 “사법농단 법관 탄핵추진과 (정경심 재판) 법관의 판결에 대한 평가는 전혀 별개”라고 했다.

이처럼 여권이 전방위적으로 사법부 공세에 나서자 당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놓고도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사법부까지 공격하면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며 “조 전 장관 부부가 억울함이 있으면 이건 당사자들이 항소심에서 소명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원도 아닌 정 교수 재판에 여당이 굳이 총대를 멜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헌법에 삼권분립이 명백히 규정돼 있음에도 집권 여당이 자신들 생각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법부 판단을 무시하는 건 법치주의는 물론, 국민 정서와도 어긋난 태도”라고 지적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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